[채권]요즘 채권시장은 ‘폭탄돌리기’ 장세

  • 입력 2000년 7월 9일 19시 04분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외견상으로 채권시장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시장이 이른바 ‘투기장세’의 성격을 띠면서 내부적으로는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은행파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조금만 더 계속되면 금리마저 들먹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자금시장 악화는 물론 향후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폭탄돌리기’ 장세〓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채권시장의 분위기를 ‘폭탄돌리기 장세’로 비유하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채권을 서로 사들이고 있으나 만약 금리가 반등하기 직전 채권을 매입한 기관의 경우 상당한 평가손을 입을 수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주식거래와 같이 채권을 오전에 사서 오후에 파는 데이트레이딩까지 이뤄지고 있으며 미리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장이 끝난 뒤 다음날 거래가 미리 이뤄지는 속칭 ‘더블헤더’까지 열리고 있다.

국민은행 최창진(崔彰珍)채권운용팀 과장은 “은행은 대부분 채권을 사들이면 3개월 이상 보유했으나 요즘은 하루에도 거래가 이뤄질 만큼 투기장세화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은행 등 채권매입 세력의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 우량채와 국고채의 물량은 한정돼 있는 ‘수급상황’ 때문. 또 조만간 본격 가동될 채권펀드에 넣기 위해 채권을 미리 사들이려는 선취매로 채권매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금리가 속락하고 있다.

실제 국고채 금리는 최근 7%대까지 떨어졌으며 회사채 금리는 7일 현재 9.12%로 8%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업자금 조달도 여전히 문제〓현재 투기등급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세력은 투신사가 투기등급채권을 담보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는 프라이머리 CBO가 유일. 그러나 매입여력이 충분치 않은 것이 문제다. 예컨대 쌍용양회의 경우 300억원을 매입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실제 투신사가 매입한 금액은 30억원에 불과했으며 다른 투기등급 채권의 사정도 마찬가지.

채권을 신규로 발행해야 하는 기업도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일부 기업은 저녁 8시반까지 투신사 등에 매달리면서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으며 현대 일부 계열사의 경우 거래 금융기관과 다른 계열사가 십시일반으로 채권을 사주고 있는 실정이다.

▽금리 계속 떨어질까〓당분간 금리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 그러나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채권펀드가 본격 가동돼 선취매 세력이 줄어드는 이달 하순에는 금리가 재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리가 반등할 경우 채권값이 떨어지게 되어 있어 더 낮은 금리에 비싸게 매입한 세력들은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채권팀의 김한성(金韓成)조사역은 “채권시장이 투기장세화될수록 금리반등에 따른 충격은 크다”며 “또 기업자금 조달도 완전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여서 금리가 오를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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