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6월이 고비"…한국綜金 850억 긴급수혈

  • 입력 2000년 6월 4일 19시 39분


현대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가 급반등과 환율 및 금리 하락으로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달부터 회사채 만기가 집중되는 등 자금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기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6월이 자금경색의 고비라고 진단한다. 이 위기를 잘 넘겨야 2차 금융구조조정 등 개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선 국내 종금업계의 1, 2위를 다투는 한국종금이 지난주말 긴급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기업 단기자금 조달창구의 역할을 해왔던 종금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종금업계의 위기는 현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 최근 은행이 기업대출을 꺼리는 것과 맞물려 당분간 시중의 자금경색현상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한국종금 긴급자금지원의 파장〓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최신호는 한국종금이 대주주인 하나은행으로부터 850억원의 긴급자금지원을 받은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한국 금융의 현주소와 미래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종금이 단기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주원인을 채권시장의 ‘빈사’ 상황에서 찾았다.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한 자발어음의 만기는 잇따라 돌아오지만 신규자금 유입은 뚝 끊긴 상태에서 대주주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

무엇보다도 종금업계에 길게 드리워진 대우부실의 그림자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한국종금의 경우 나라종금을 통해 대우 계열사에 지원한 1700억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종금업계의 유동성위기는 한국종금만의 문제가 아니며 올해 말이면 다른 업체들의 문제도 표면에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자금시장통계에 따르면 1월 나라종금, 5월 영남종금의 영업조치의 영향으로 종금업계에서는 주력상품인 자발어음 잔고에서만 3월 이후 최근까지 약 1조33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현재 8개사만 남은 종금업계는 각자 자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부의 종금 발전 방안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남에 시장의 신뢰가 상실됨에 따라 갈수록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

▽자금시장 경색 조짐〓종금업계는 주로 기업이 발행한 단기 기업어음(CP)을 인수하면서 기업단기자금의 파이프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종금업계의 어려움으로 CP만기연장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일부 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종금과 함께 CP와 회사채의 주요 인수처였던 은행신탁과 투신사 등에서도 5월에만 각각 5조3614억원, 8조6000억원씩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감으로써 기업의 자금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와 함께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자금을 안전하게 운용하려는 은행들의 대출 기피현상도 기업의 자금난을 부추기는 요소.

이에 따라 시중자금의 초단기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중개된 CP물량 가운데 만기 15일 미만 비중은 4월의 50.6%에서 5월엔 55.4%로 상승했다. 그만큼 기업의 초급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자금조달창구가 계속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은 심화될 수밖에 없지만 투신사에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종금업계의 자구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현재상황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이나연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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