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정부 예측능력 부족 공적자금 낭비"

  • 입력 2000년 5월 15일 18시 51분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과 관련해 금융기관의 부실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향후 예측을 잘못하는 바람에 일부 공적자금이 낭비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추가로 조성될 공적자금의 운용에 있어서 부실금융기관의 엄밀한 실사와 함께 투입자금 산정시 보다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15일 “지난해말 공적자금으로 한국투신에 1조3000억원의 주식과 현금을 출자했으나 그 후 한투의 부실이 심화돼 출자자금이 사실상 날아간 상태”라며 “이에 따라 정부의 출자 등의 대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지난해 12월 한투와 대투의 공적자금 투입액을 산정하면서 잠재부실규모를 잘못 예측해 소요액보다 부족한 자금을 넣은 것이 5조원의 추가 공적자금 투입결정을 불러온 한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시 한투에 2조원을 투입하기에 앞서 대우채로 인한 손실을 업계가 주장한 1조6000억원의 절반 정도인 8900억원으로 추산했으나 최종 손실규모는 업계측 추산과 비슷했다. 또 정부는 비대우채권에서 발생한 손실을 고객이 떠안는 것으로 가정하고 부실규모를 산정했으나 실제 비대우채권이 편입된 펀드는 대부분 약정된 수익률을 지급하는 장부가 펀드였기 때문에 손실을 투신사측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최근 퇴출이 결정된 나라종금의 경우도 감독당국이 97년말 영업정지 조치 때 폐쇄하지 않아 영업재개 이후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추가 투입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대우채 손실이 예상외로 컸고 투신사들의 손실규모를 추정하는데 문제가 있었지만 당시 충분한 공적자금 재원이 없어 운신의 폭이 좁았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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