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대주주 출자로 정상화 추진…이르면 3일 자체案 발표

  • 입력 2000년 5월 2일 19시 19분


현대투신증권 정상화 방안을 놓고 정부와 현대그룹의 막판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현대투신의 연계콜(신탁계정 돈을 고유계정으로 옮겨 운용)의 연내 해소 유예 검토를 시사했다.

이와 관련, 이용근(李容根) 금융감독위원장은 2일 오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공적자금 투입없이 부실을 자체해결하고 정부가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위원장과 정몽헌(鄭夢憲) 현대회장은 이날 오전 전화접촉을 통해 현대투신의 조기정상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 조율을 시도했으나 뚜렷한 합의점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정회장은 현대측 자구노력의 전제로 정부의 유동성 지원을 강조한 반면 이위원장은 정부지원은 현대의 자구노력을 봐가며 결정하되 ‘특혜성 지원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이에 따라 정부의 유동성 지원에 앞서 대주주 및 계열사의 출자와 후순위채 발행, 외자유치 등을 골자로 하는 자체 정상화 방안을 빠르면 3일중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위원장은 청와대 보고에서 현대투신 문제와 관련, 현대증권과 전자 등 대주주 계열사와 총수일가의 증자참여 등으로 부담을 나눠 부실을 해소하며 정부의 유동성 지원은 장기저리가 아닌 시장금리로 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3조원이 넘는 현대투신의 연계콜을 연내 해소하도록 국제통화기금(IMF)과 약속했지만 다시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혀 시한연장을 통한 우회지원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정회장은 이날 현대 계동 사옥 12층 집무실에서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회장, 김재수(金在洙)구조조정본부장, 김윤규(金潤圭)현대건설 사장, 이창식(李昌植)현대투신증권 사장 등과 현대투신 정상화 방안 논의를 계속했으나 대주주 증자와 오너 일가 출자 등의 규모를 확정하지 못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재·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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