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재경 "현대그룹 단기유동성 심각하지 않아"

  • 입력 2000년 4월 27일 16시 22분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정상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현금흐름도 스스로 해결할 기본 능력을 갖고 있는 등 단기 유동성이 심각하지 않다고 27일 밝혔다.

또 이 장관은 현대투신은 투자자와 연계된 부실은 없으며 증자를 통해 확보한 8,000억원 등을 통해 1조원에 달하는 대우부실채권을 해결하는 등 자본금이 모자란 상태가 아니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 금융계열사들이 5월 주총을 계기로 독립적 사외이사 구성, 감사위원회, 준법감시인 등을 도입하는 등 지배구조의 투명성, 독립성, 책임성을 제고하는 가시적이며 구체적인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은 이날 오후 재경부 기자실에서 가진 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현대투신은 2.5-3조원에 달하는 연계콜 문제는 묵은 과제로 시간을 두고 해결할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이 문제에 대한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져 금융감독위원회와 현대가 협의해 이를 해결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가들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헌재 장관은 “현대투신은 부실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실사를 벌일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단서를 달면서, 현대 자체의 보고로는 거의 대부분 배드펀드로 처리해 투자자와 연계한 부실은 없다고 들었다”면서 “나머지는 8,000억원의 증자자금 등을 통해 대우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등 당장은 추가증자의 필요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현대에 대한 시장의 의심은 ‘부실을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라고 지적하고 이에 대해서는 “있다”는 것이며, 또 ‘추가 증자로 나머지 다른 계열사에 부담이 가지 않겠느냐’는 문제도 “현대가 스스로 부담없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현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헌재 장관은 “현대 계열사들의 단기유동성은 심각하지 않다”면서 “대우그룹과는 달리 계열사들이 정상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차이이며, 현금흐름(cash flow)도 스스로 해결할 기본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계열분리가 빠르게 진행돼 상호지급보증은 거의 해결됐고 주식정리만 남은 상태여서 독립법인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현대자동차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고 “조만간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전자도 반도체 호황 속에서 돈을 잘 벌고 있으며,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이며, 현대건설은 과거 이라크 등의 악성채권도 작년 결산시 결손처리 하는 등 누적부실을 거의 다 털어내 “올해부터는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그룹은 상반기 중에 현대자동차와 나머지 중공업, 전자, 건설 등을 계열분리할 것이며, 이미 현대해상보험과 현대산업개발을 분리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이 장관은 “현대의 경우 지난 정주영 명예회장의 대선 출마 이후부터 금융당국으로부터 면밀히 주시(screen)돼 왔기 때문에 다른 데보다 오히려 심각하지 않다”면서 “앞으로 현대의 문제는 계열분리를 어떻게 끝내느냐가 가장 큰 주목거리”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장관은 현대의 계열 금융사들은 과거 바이코리아(BUY KOREA) 주가조작 등 투명하지 못한 과거 행태로 시장에서 ‘금융시장의 규칙(rule)을 안따른다’는 불신을 받아왔으나 금융당국의 시정조치로 마무리되면서 경영체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월 주주총회를 계기로 현대의 금융계열사에 독립적인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준법감시인 등이 도입돼 내부 견제체제가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그 수준은 시장의 신뢰를 만족시킬 만한 것으로 알고 있고 기대하고 있다”면서 ‘한 번 감상해 보자’고 말하는 등 다소의 여유로움을 보였다.

한편 이헌재 장관은 세무조사와 관련해 “표적이나 재벌길들이기라는 오해의 소지가 없게 하기 위해 다소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동시에 4대그룹을 하기로 한 것이지 현대에 대한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삼성그룹이 삼성차를 해결하고 SK그룹이 SK증권을, LG종금과 한성생명을 LG그룹이 해결했듯이 현대 역시 그룹이 자체 해결해 국민적인 부담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그룹 자체 해결 원칙’을 강조했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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