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高油價 대책]최악땐 비축油 방출할수도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행진에 대해 정부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달 초만 해도 “시간이 지나면 제풀에 꺾일 것”이라며 느긋한 태도를 취하던 정부는 서부텍사스산 중질유에 이어 국내 수입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까지 배럴당 30달러선에 육박하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물가와 국제수지에 미치는 파괴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자칫 올해 거시경제 목표를 수정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국제유가 동향 및 국내 영향〓두바이유의 가격 폭등은 △산유국들의 증산 예정 물량이 충분치 않고 △고유가 지속에 따라 석유 재고물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서부텍사스유의 가격이 오르면서 동반 상승작용을 보이는 데 따른 것이라고 산업자원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당초 올해 두바이유의 연평균 구입가격을 배럴당 21.5달러, 수송운임을 감안한 도입단가는 배럴당 24달러로 책정했다. 7일까지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26.96달러에 달해 구입가격이 당국의 예상수치보다 5달러나 높아진 상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두바이유가 연평균 25% 오를 경우 국내총생산은 0.44%포인트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는 1.62%포인트 상승하며 무역수지는 38억8000만달러 악화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두바이유가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 6%대의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3% 이내, 무역수지 흑자 120억달러는 불가능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책〓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은 △석유류의 특별소비세와 교통세율 인하 △정유사에 대한 유가완충자금 지원 △비축유 방출 등 세가지.

비상시에 대비해 보유하고 있는 비축유는 현재 5600만배럴로 국내 소비량의 28일분에 해당하며 유가완충자금은 3600억원 규모다. 유가완충자금은 걸프전 때 쓰인 적이 있지만 비축유를 방출한 전례는 없다. 비축유 방출을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만큼 정부가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이다.

지난달 25일까지의 가격 인상분은 이달 초 석유류에 대한 탄력세율 적용을 통해 흡수했지만 이달 7일까지의 인상 요인이 벌써 2달러를 넘은 상태.

국제유가 등 대외변수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안이하게 접근해 충격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선이었던 작년초 민간부문의 건의를 받아들여 원유비축에 나섰다면 지금 같은 ‘기름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자성론을 제기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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