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관리委 인선지연 파장…60여개사 자금조달 차질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벤처 등 신생법인들의 코스닥시장 등록을 결정하는 코스닥관리위원회가 위원 선임을 두고 2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닥 자금조달 기능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

증권업협회가 선임하는 코스닥관리위원장에 정부측 인사가 내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코스닥 심사과정에 정부 및 정치권의 입김이 드세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60여개 후보들 ‘대기상태’〓위원회의 표류는 1월6일 초대 위원장인 최운열 서강대교수가 사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위원장 직제를 상임제로 바꾸고 회계전문가와 벤처기술전문가를 새로 위원회 멤버에 추가(총 11명)하기로 하는 등 인선 규정에 변화가 왔다. 이에 따라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게 증권업협회의 설명.

현재 코스닥시장 등록을 희망하는 기업은 증권업협회의 예비심사를 거친 뒤 금융감독원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위원회의 최종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위원회는 매월 두 차례씩 열리며 통상 예비심사에서 최종 가부(可否) 판정까지 1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위원회 부재상태가 계속되면서 ‘최종심사 적체기업’이 60개를 넘어선 상태.

▽심사대상 법인들, 자금수급 곤란〓증권업협회 오정환상무는 “위원회 멤버만 확정되면 적체해소는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위원회가 한 번에 30개 후보기업들을 ‘처리’했던 전례도 있다는 것.

그러나 벤처투자 전문펀드를 운용하는 C대표는 “등록 예정일에 맞춰 자금계획을 세운 기업들은 당장 곤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협회 예비심사를 신청했거나 신청을 희망하는 200여개 기업들을 감안하면 적체의 파장은 더욱 길어질 전망. 4월부터는 신규등록 기준이 대거 강화돼 심사지연으로 상당수 기업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2일까지 예비심사를 통과한 53개 법인들은 지난달의 2차례 위원회가 이달 8일로 미뤄진 데 이어 또다시 15일로 연기돼 불안해하고 있다.

▽상임이냐, 비상임이냐〓코스닥위원회의 멤버 결정은 증권업협회 총회 의결사항이다. 그러나 협회는 금융당국이 ‘인선’을 통보해온 ‘관례’를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기관 주총과 인사철을 앞두고 재경부와 금감원 출신 고위인사의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아 인선이 늦어지고 있으며 현재 재경부 J국장이 ‘낙하산’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전임 최위원장은 등록을 거부당한 기업들이 조직적으로 퍼뜨리는 음해성 루머와 정치권의 청탁을 거절, 사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사임후 “심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원장은 (외압에 맞설 수 있는) 비상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중요성이 커지는 자리여서 상근위원장이 필요하다”는 정부측의 논리가 결국 관철됐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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