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펀드-기존주주들, 광덕물산 경영권 다툼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법정관리아래 있는 광덕물산의 주주들이 단기고수익을 노리고 회사경영권을 장악하려는 벌처펀드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광덕물산은 지난해 3월결산때 8억원의 이익을 낸데 이어 2년연속 흑자를 보이는등 회사경영 정상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건설업을 겸한 종합 의류업체.

지난해 10월 하순 코리아벌처투자회사(코빅)가 장내에서 주식을 29만1310주(11.99%) 매집한데 이어 기존주주들을 무시하고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 장악에 나서려하자 기존 주주들이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경영정상화의 과실(果實)을 놓고 기존주주들과 먹이를 찾아다니는 벌처펀드가 법정에서 한바탕 싸움을 벌이게 된 것.

▽벌처펀드의 공세〓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인 코리아벌처투자회사(대표 이재일)는 거래소시장에서 광덕물산 주식을 매집한뒤 광덕물산측에 60억원의 유상증자(증자비율 50%)를 실시, 주당 3000원씩에 가져가 지분율을 50.5%로 끌어올리겠다는 투자계획서를 발송했다. 유상증자후에는 바로 무상감자를 단행해 발행주식수를 443만주에서 147만7000주로 줄인다는 것.

코빅측은 무상감자 이후에는 주당 2만원에 공모 유상증자를 또 해 16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같은 재무계획상으로 보면 2000년 2분기중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이 코빅의 구상.

문제는 유상증자 물량을 전부 코빅측이 가져가기 때문에 기존주주들은 유상증자 물량을 전혀 받지 못하고 무상감자를 당하게된다는 점이다.

▽기존 주주들의 입장〓자체 회생노력으로도 경영정상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굳이 단기수익을 노리는 벌처펀드의 자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기존 주주들의 입장이다. 특히 주당 3000원이라는 헐값으로 신주를 발행해 벌처펀드가 전량 주식을 차지하고 무상감자까지 실시하는 것은 기존주주의 권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는 주장이다.

▽법정다툼으로 돌입〓관련 법원인 서울지법 제1파산부는 벌처펀드와 광덕물산 주주의 분쟁에 대해 관리인이 신규투자를 적극 유치하도록 노력하라는 입장. 회사가 조속히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신주발행과 기업인수 합병을 통한 자기자본 증식이 효과적이라 신규자본을 유치할 절호의 기회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관리인측은 벌처펀드에게 헐값으로 주식을 넘길 경우 특혜시비가 일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법원측에 알렸다. 법원측은 벌처펀드 자금유치에 이처럼 미온적인 관리인을 해임하고 대신 다른 관리인을 선임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인 서진원외 27명은 최근 새 관리인을 상대로 벌처펀드에 넘기기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지법에 제출,벌처펀드와의 법정싸움을 선언했다.

▼벌처펀드(vulture fund)▼

벌처란 ‘썩은 고기를 먹는 독수리’란 뜻. 부실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자본을 투입해 경영을 정상화시킨 뒤 비싸게 되팔아 차익을 내는 고위험 고수익 펀드.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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