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칩도 '브랜드시대'…핵심부품에 브랜드부착 붐

  • 입력 1999년 10월 26일 18시 36분


‘이젠 반도체칩도 브랜드 시대.’

PC나 휴대전화단말기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칩은 분해하지 않는 한 소비자의 눈에 띄지 않는 상품. 구매도 일반 개인소비자가 아니라 제조업체들이 하기 때문에 대외홍보 수단인 브랜드가 필요없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정설이었다.

CPU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미국 인텔사가 유일한 예외였을 뿐 다른 업체들은 브랜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칩 분야에 브랜드화 바람이 불고 있다. 비록 제품 속에 숨어 보이지 않지만 성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핵심부품에 브랜드를 붙이려는 경향이 늘고 있는데 따른 것.

▼기술력 입증 마케팅 유리▼

▽반도체칩 브랜드화 배경〓브랜드는 회사를 상징하기 때문에 기술력에 자신이 없으면 함부로 붙일 수 없다. 따라서 기술력에 자신 있는 기업들은 브랜드를 붙이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

알기 쉬운 브랜드는 영문알파벳과 숫자만으로 구성된 기호와는 달리 바이어와 소비자층에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어 마케팅에도 유리하다.

이 때문에 핵심 반도체칩과 소비자층에 친숙한 통신기기에 내장되는 반도체칩을 중심으로 브랜드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찍부터 브랜드를 붙인 인텔측은 “브랜드 관리를 위해 적지않은 비용을 지출하지만 효과는 그 이상”이라고 평가한다.

▼'인텔 인사이드'성공 계기▼

▽‘인텔 인사이드’의 대성공〓인텔은 반도체칩에 브랜드를 붙여 성공한 대표적 기업. 당초 286과 386 등의 숫자를 통해 제품을 출시했으나 품질이 떨어지는 경쟁업체 호환칩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94년 새로 만든 제품에는 586이 아닌 ‘펜티엄’으로 브랜드명을 정했다.

이후 과감한 홍보비용을 투입하고 펜티엄Ⅱ 펜티엄Ⅲ로 브랜드가 이어지면서 대다수 소비자들은 CPU브랜드인 펜티엄을 PC성능과 동일시하게 됐다는 것이 인텔측 설명. CPU 수요의 90% 이상을 인텔이 차지하는 국내의 경우 ‘인텔 인사이드’ 마크가 붙어 있지 않으면 마치 가짜인 양 오해받을 정도.

▼삼성전자 '코퍼매직'붙여▼

▽브랜드화에 나선 기업들〓삼성전자는 최근 개발한 디지털모뎀용 ADSL칩에 ‘코퍼매직(CopperMagic)’이라는 브랜드를 부여했다. 구리로 만든 마술같은 반도체칩이라는 뜻. 삼성전자는 또 데이터 전송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S램에도 데이터 전송시 병목현상이 없다는 뜻의 ‘노턴 어라운드’를 상징하는 ‘Nt’를 브랜드로 정해 8메가Nt램 16메가Nt램 등으로 부르고 있다.

모토로라도 앞선 기술력을 부각하기 위해 반도체 기술 및 제품을 망라한 브랜드인 ‘디지털DNA’를 21일 발표했다. 모토로라가 디지털시스템의 DNA를 상징한다는 의미.

이밖에 미국 알카텔사는 자사의 ADSL칩에 데이터를 폭발적인 힘으로 주고 받는다는 뜻으로 ‘다이너마이트’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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