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10월 12일 19시 3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금융산업 종사자는 물론 대학생과 퇴직자들까지 시험준비에 열을 올려 이 분야의 전문 학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등 일종의 ‘고시병’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기관에서 특히 선호하는 자격증은 미국 국제재무분석사(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 IMF체제 이전에만 해도 국내에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이 자격증은 응시자가 몰리면서 이달초 최종 합격자가 20여명이나 쏟아져 나왔다.
‘국내 CFA 1호’는 리젠트자산운용 이원기(李元基)사장. 이사장은 불모지대나 다름없던 91년 당시 혼자 이 시험에 응시했고 97년까지도 응시자는 한해 30∼40명을 넘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16명 뿐이다.
그러나 올해 초 실시된 1차 시험에 1000여명이 대거 지원한 가운데 대학생 중에서도 1차 시험 합격자가 처음 나왔다.
이 자격증은 미국투자경영분석협회(AIMR)가 3년간 윤리학 경제학 통계학 등의 이론적 무장과 파생상품 펀드운영 주식 채권분석 등 13과목을 통과하고 최소 3년간의 실무경험이 있어야만 부여한다.
실제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공적자금인 프라비덴트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자격을 CFA자격증 소지자로 한정할 정도로 미국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 국제금융중심지에서는 필수 자격증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번에 국내에서 최연소자로 CFA자격증을 취득한 삼성화재 유창연씨(兪?淵·26)는 “금융시장이 선진화될수록 금융 종사자에게는 이같은 자격증이 점차 의무화될 것”이라며 “시험준비하면서 접했던 금융기법이 올해서야 국내에 도입된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투신협회와 증권업협회에서 실시중인 ‘운용전문인력(펀드 매니저)양성과정’에도 현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대학생 등 일반인들의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말 증권투자신탁업법을 개정하면서 투신 자산운용회사는 운용전문인력을 7인 이상 채용해야 한다고 법제화했기 때문.
증권연수원 박두성(朴斗晟)대리는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투자자문 자산운용사들이 설립요건을 갖추기위해서는 자격증을 가진 인력을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4개 과정만 계획했던 증권연수원은 지금까지 17개 과정으로 대폭 늘렸고 올해 배출될 인력만 15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젠트자산운용 이원기대표는 “이제 국제금융업계에서 통용되는 글로벌스탠더드를 모르고는 경쟁에서 처질 수밖에 없다”며 “연봉도 자격증 소지자가 평균 20%이상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