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실패 사례]기술만 믿고 자금 소홀…'공든탑'와르르

  • 입력 1999년 10월 3일 19시 08분


요즘 각 대학과 연구소에는 벤처 창업을 꿈꾸며 밤늦도록 연구실의 불을 밝히는 예비창업자가 많다.

그러나 벤처기업을 세워 성공하려면 연구실의 기술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벤처 창업과 경영지원사업을 벌이는 화인인터내셔날의 이희설(李熙卨·44)사장은 “사업계획 수립에서 자금조달, 각종 인허가사항 확인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도산에 이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예비 벤처창업자들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만한 창업 실패사례를 소개한다.

▽자금조달 계획 미비〓회사에서 자금은 인체의 혈액과 같은 존재. 방만한 판매계획을 세우거나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을 과소평가하면 회사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

의료기기 분야 신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은 A사는 자사의 기술력을 과신해 2년이면 상업화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 제품개발이 끝나지 않자 자금이 떨어졌고 결국 헐값에 회사를 팔아넘겨야 했다.

정보통신 벤처기업인 B사도 창업초기 주식시장에서 약진했지만 국내 시장규모를 너무 부풀려 사업계획을 잡는 바람에 지출이 수입을 크게 넘어섰다. 결국 현금유동성에 문제가 발생, 회사가 부실해지고 주가는 폭락했다.

▽기술적 타당성 검토 부족〓연구실 수준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실제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경쟁관계에 있는 기존 기술과 충분히 비교 검토하지 않고 내 기술만 믿고 덤벼들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C사는 미생물농약을 개발, 창업했다. 하지만 공장을 지어놓고 보니 경쟁사보다 생산원가가 훨씬 높아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D사는 효소를 이용한 식품첨가물 생산을 계획하고 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막상 생산에 들어가자 수율이 목표의 50%에도 못미쳐 문을 닫았다.

연구실의 실험과 공장가동의 중간 단계인 파일롯트 테스트가 미흡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품질관리 기준부재〓생산량과 품질기준은 엄격히 설정한 뒤 이에 따라 적절한 가동인원을 채용하고 훈련해야 한다.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초기 발매제품이 전량 회수되기라도 하면 회사 이미지가 흐려지고 사업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게 된다.

E사의 경우 옥외광고용 전광판을 자체개발하고 야심차게 세계시장에 진출했으나 품질하자로 클레임이 걸리고 주문이 끊기면서 결국 부도가 났다.

▽특허침해〓외국 특허사항을 조사하는 것은 기본적인 체크포인트. 하지만 이를 소홀히 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또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일부를 응용해 창업한 경우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F사는 수년간의 연구를 거쳐 올해 피부미백제를 개발, 수출의 단꿈에 젖었다. 그러나 일본회사가 이미 특허를 받아놓고 올들어 시판에 나섰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 모든 투자가 물거품이 됐다.

▽각종 인허가사항 확인부족〓공장을 지을 때는 인허가 사항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G사는 상수도보호구역인지도 모르고 경기도 여주군의 부지를 매입, 첨단 발효공장을 세웠다. 결국 공장을 철거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쓰라림을 맛봤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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