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재벌 업종재편 마무리…車사업 삼성 포기-대우 전업

  • 입력 1999년 7월 20일 18시 41분


대우가 자동차 전문기업으로의 재편을 선언하고 삼성이 자동차사업을 공식 포기하면서 5대재벌의 ‘주력 업종’이 더욱 뚜렷해졌다. 정부가 지주회사 허용기준을 완화하고 계열사간 연결고리 차단작업을 지속한다면 소 사업그룹별 재편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초 업종전문화를 위한 수단으로 간주됐던 재벌 빅딜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압박이 업종전문화를 유도하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5대재벌 주력업종 재편 마무리 단계〓대우가 그룹경영을 포기하면서 핵심역량을 자동차에 쏟아붓기로 함에 따라 대우의 주력업종은 자연스럽게 자동차와 금융서비스로 압축됐다.

종합상사로 시작했던 대우의 사업다각화가 자동차로 압축된 셈이다.

삼성도 자동차를 포기하면서 전자와 금융서비스라는 단출한 업종을 거느리게 됐다.

LG는 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내주고 대한생명 인수를 포기하면서 전자정보통신과 화학에너지로 사업군을 재편했다. LCD 등 잇따른 사업매각으로 여유돈이 많아 신규사업 기회를 노리곤 있지만 기존 업종을 벗어난 진출은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월말 현재 51개 계열사가 전자 자동차 등 5개업종에 진출해 있는 현대는 다른 그룹에 비해 ‘주력’이 많다는 지적. 그러나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 일가가 업종을 떼어내 분리시킬 것이 확실해 2003년쯤엔 전문 소그룹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한국중공업 인수전이 5대재벌 업종전문화 정책의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러나 한중 민영화가 결국 보류될 가능성이 커 5대재벌 주력업종 재편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는 의견도 있다.

▽빅딜보다는 재무구조 압박이 주효했다〓‘핵심사업 위주의 구조조정’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30대 재벌총수간 약속이었다. 정부와 재계는 이같은 원칙에 따라 지난해 5월 자동차와 반도체 유화를 교환하는 ‘삼각빅딜’을 추진했고 여의치 않자 7월엔 5대재벌간 자동차 유화 철도차량 반도체 등 7개업종에서 빅딜을 추진해왔다.

주력 이외 사업을 교환하면 손쉽게 핵심사업 위주의 재편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

그러나 빅딜 해당 사업부문 및 지역사회의 극심한 반발과 관련 법규미비, 외자유치의 지지부진 등으로 후유증이 부각되면서 당초 취지는 상당부분 퇴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부채비율 개선압박은 ‘문어발’ 확장을 막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대우와 삼성 관계자들도 전자와 자동차사업을 교환하기보다 계열분리를 택한 것은 빅딜압박보다 재무구조 개선압력에 따른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