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 「안개속」…연내 상장-연기 오락가락

  • 입력 1999년 7월 2일 19시 22분


삼성생명의 주식 상장에 대한 특혜논란이 일면서 상장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당초 발표대로 연내 상장이 가능할 것인지, 아니면 연기되는 것인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상장자체가 유보되는 것인지 발표 사흘새에 모든 것이 불투명해졌다.

삼성그룹측은 조기상장을 강력 희망하고 있다. 삼성생명 고위관계자는 “이건희(李健熙)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는 상장을 통해 현금화하지 않고는 삼성자동차의 부채 처리에 쓰일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도 삼성생명 상장을 삼성차 부채 처리의 대전제로 본다. 삼성자동차의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김진만(金振晩)행장은 “400만주의 담보가치가 인정되려면 삼성생명 주식이 상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삼성그룹이 삼성차 처리방안을 발표한 지난달 30일 “상장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이후 특혜논란이 거세지자 1일 “기업공개 요건 충족 여부를 심도있게 검토하고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며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한발 물러선 셈이다.

이위원장은 그러나 “생보사 공개 문제는 10년 이상 결정이 미뤄졌기 때문에 교보생명 상장 기한인 내년 3월까지는 가부간 방침을 정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여론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금융권은 관측한다.

우선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순간 삼성차 처리방안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비상장 상태에서 부채처리 재원 2조8000억원을 마련하려면 400만주를 장외에서 팔아야 한다. 그런데 상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삼성생명 주가가 70만원을 훨씬 밑돌고 액수에서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삼성 계열사들이 400만주를 장외 평가가격을 상회하는 70만원에 채권단으로부터 사들이는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이때는 외국인 및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삼성과 금감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여론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상장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 대해 삼성과 정부 핵심간에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상장이득중 사회환원분을 대폭 늘리거나 삼성이 상장에 따른 자본이득을 일정기간 현금화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상장이 추진될 것이라는 얘기다.이와 관련,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400만주를 채권단에 넘길 경우 삼성생명에 대한 삼성그룹 및 관계인 지분은 52.4%로 줄어든다”며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생명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상장이후에 단 1주도 내다팔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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