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대한생명-데이콤「이중 부담」

  • 입력 1999년 6월 24일 23시 23분


LG그룹이 두가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28일로 예정된 대한생명 3차입찰 참여여부와 난항을 겪고 있는 동양그룹의 데이콤 지분 인수협상이 그것.

이달초 대한생명 2차입찰때 정부의 반대로 입찰참여를 포기했던 LG는 최근 정부가 입장을 번복해 LG를 인수업체 후보에 포함시키자 오히려 곤혹스러운 표정.

또 데이콤 지분을 넘겨주기로 합의한 동양이 가격 재협상을 요구해 데이콤 인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LG는 괴롭다.

▽대한생명 인수 진퇴양난〓LG는 정부 요구대로 대한생명 입찰에 참여할 수도, 그렇다고 정부 뜻을 거스르고 입찰참여를 거부할 수도 없는 미묘한 상황.

5월초 1차입찰때 인수가격 1조원을 제시하며 응찰했다가 정부의 노여움을 산 LG로서는 이번 입찰에서 정부의 희망가격인 2조원이상 써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쫓기고 있다.

LG그룹 고위관계자는 “실무차원에서는 대한생명에 2조원을 지출할 경우 사업의 수익성이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입찰 참여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게다가 외국계 금융기관과의 합작협상도 2차입찰때 사업포기로 완전히 중단된 상태라는 것.

2차입찰에 참여했던 한화그룹의 3차입찰 참여가 불투명해지면서 LG가 또다시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

▽동양과의 협상이 관건〓지난달 6일 데이콤지분 소유제한이 해제된지 한달반이 넘도록 동양과의 데이콤 지분협상이 끝나지 않고 있어 LG는 속만 태우고 있다.

동양은 4월 LG와의 합의문에서 주당 11만8300원에 데이콤 지분 20%를 넘겨주기로 약속했으나 뒤늦게 4%가량을 추가매집해 매각대상에 포함시키고 가격 재협상을 요구한 것. 동양측은 특히 주식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까지 LG측이 부담해야 한다며 주당 14만∼15만원을 주장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데이콤 주가도 4월 8만원 안팎을 오르내리다가 최근에는 13만원대까지 오르는 바람에 LG로서는 크게 불리한 입장.

LG측은 지난달말 법원에 공탁금을 걸고 동양측에 합의문을 이행하라고 촉구했지만 법적인 대응보다는 설득을 통한 협상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38%지분으로 데이콤 최대주주인 LG로서는 동양과의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데이콤 경영에 차질이 생길 뿐만 아니라 동양측이 자칫 경쟁관계에 있는 삼성으로 지분을 넘겨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

LG 관계자는 “현재 가격차를 크게 좁히고 있다”며 “가급적 협상을 통해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