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단위조합 48%, 자본금 모두 까먹어

  • 입력 1999년 2월 26일 07시 29분


농업협동조합이 대출관리 등 경영을 방만히 한 끝에 전국 단위조합 중 48%는 누적적자로 자본금을 다 까먹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농림부 등 관계부처는 농수축협의 신용사업부문을 통폐합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해나가기로 했으며 금융감독원도 4월중 농협에 대해 특별검사를 벌일 계획이다.

감사원은 25일 농협에 대한 특감 결과를 발표하고 1백65명을 징계토록 농림부에 통보했다. 감사결과 농협은 98년 8월말 현재 부실 기업에 빚보증을 선 6천1백95억원을 대신 물어야 하고 대기업 부도로 대출금 2천9백89억원을 떼이는 등 모두 9천1백84억원의 손실(추정치)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농협의 부실여신비율은 94년 1.11%에서 지난해 7.03%로, 연체대출비율은 3.2%에서 8.37%로 급격히 늘었다.

전국 단위조합 1천3백32곳중 1천2백34곳(92%)은 97년에 적자를 냈으며 6백47곳(48%)은 전액 자본잠식상태였지만 농협은 39개 조합만 빼고는 흑자를 낸 것으로 결산서류를 꾸며 배당까지 했다.

농협은 또 농업금융 전문기관임에도 불구하고 30대 그룹에 수신액의 3배가량인 7천8백39억원을 대출했으며 적색거래처에 빌려준 돈이 1천억원을 넘는 등 대출관리도 엉망이었다는 것.

농협은 이처럼 부실이 쌓여가는데도 최고 월 고정급여의 13년6개월치를 명예퇴직금으로 지급하고 퇴직금 누진율을 근속 1년에 1∼3.75개월로 적용해 최고 4억9천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한편 92년부터 42조원이 집행된 농어촌 구조개선자금의 경우도 상당액이 무자격 농어촌 사업자들의 농간과 일부 공무원의 묵인으로 용도외로 사용되는 등 농수축협의 정책자금 대출을 둘러싼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최영훈·임규진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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