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 판매여왕 강영희씨]작년 14억「깜짝 매출」

  • 입력 1999년 2월 25일 19시 24분


빅딜로 회사운명을 점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한해동안 무려 14억여원 어치의 가전제품을 팔아 판매여왕이 된 억척 주부가 있다. 주인공은 25일 대우전자 모니터사원 전진대회에서 전국판매왕으로 뽑힌 주부판매사원 강영희(姜英姬·41)씨.

IMF 한파로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에서 강씨가 올린 매출액은 환란이전인 97년의 대우전자 최고기록(12억원)보다도 오히려 더 많다. 강씨는 다리품을 많이 팔지 않아도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업체를 공략대상으로 삼아 이런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강씨가 처음부터 베테랑 영업사원이었던 것은 아니다.

“빌딩 경비원들의 문전박대로 속상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전략을 바꿔 그 회사의 노조위원장이나 관리부장과 먼저 접촉해‘공식적인’ 판매 활동을 보장받는 거죠.” 이렇게 확보된 강씨의 ‘출입처’는 대한제당 대우통신 등 줄잡아 30여곳에 이른다.

기업을 드나든다고 한달에 1억원이 넘는 매출이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강씨는 매달초 1천건이 넘는 광고우편물(DM)을 발송하고 학교 빌라 같은 신축공사장이 눈에 띄면 부지런히 건축주나 입주자를 찾아 설득했다. 물품을 구입한 고객들에게는 소득의 절반 가량을 투자해 화분이나 소형가전제품 등 선물을 보내는 등 지극정성으로 사후관리를 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치고는 보상이 컸다.

제품에 이상이 생기면 소형제품은 직접 수리를 맡겨주는등 애프터서비스도 일일이 챙겼다. 물론 할인행사 정보를 꼼꼼히 챙겨 소비자가 가장 싼값에 구입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값이 싼데다 애프터서비스까지 잘 해준다’는 입소문이 퍼져나가면서 고객이 다른 고객을 연결해주면서 매출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강씨는 출입하는 기업의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기 때문에 그녀를 같은 직원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

94년 입사한 강씨의 지난해 한달 평균 소득은 7백여만원. 입사 11년만에 대우자동차 과장으로 근무중인 남편보다 훨씬 많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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