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 경제정책국 환란경고 문서내용]

  • 입력 1999년 1월 20일 19시 41분


동아일보가 20일 입수한 97년 당시 재정경제원 경제정책국의 ‘바트화와 기아:상이한 문제인가?’라는 제하의 문서는 97년 7월 기아사태직후의 환란(換亂)조짐을 우려한 재경원내 첫 ‘경보음’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검토배경 △바트화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현재 우리의 금융상황은 얼마나 위험한가 △우리의 금융산업은 얼마나 취약한가 △결론 등 다섯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선 검토배경에서는 ‘대부분의 국내 보고서들은 최근의 바트화 위기와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고 전제하고 외국의 ‘상반된 시각’을 정리하고 있다.

특히 은행압박지수라는 분석틀을 사용해 우리의 금융 상태를 ‘매우 위험하다’고 진단한 UBS(Union Bank of Switzerland)의 분석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또 G10(서방선진10개국)에서 제시하고 있는 금융부문 체크리스트를 우리나라의 금융상황에 그대로 적용한 결과 총 28개 항목중 양호 6, 중간 12, 불량 10으로 나타나 금융산업의 취약성이 정도를 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80년 이후 발생한 23건의 세계 각국 금융위기중 18건이 통화위기로 이어졌다’며 ‘현재의 금융상태가 매우 위험한 상태라면 앞으로 통화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처럼 금융산업이 취약한 경우 통화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빼먹지 않았다. 이어 기아문제로 본격화되고 있는 금융위기가 향후 통화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하며 ‘앞으로 통화위기가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날 것인가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아문제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이고 단호한 조치들을 조기에 발표해 국내외의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문서는 ‘결론적으로 현재는 매우 심각한 상태’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이는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에 의해 무시됐고 ‘우려’는 4개월 뒤 ‘현실’로 나타났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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