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협상」평행선…정부 일각서도 「불가론」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현대와 LG그룹간 반도체통합이 난관에 빠졌다.

통합 반도체사의 경영주체 선정시한이 이달 25일로 다가왔지만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실사작업은 아직 착수조차 못해 빅딜 결렬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여신중단이란 ‘칼자루’를 쥔 금융감독위원회도 빅딜 무산에 대비, 예상되는 금융권 제재의 범위와 그 파장분석에 착수했다.

▼파행으로 치닫는 실사작업〓현재 실사업체인 미 ADL의 평가방법 및 절차에 강한 의문을 표시하는 쪽은 LG반도체. LG는 자율 통합이 무산돼 결국 정부 및 채권은행이 개입하더라도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LG측은 “최소 2백만달러 이상 돈을 들이고 원가(原價)구조 등 핵심기밀을 낱낱이 드러내는 마당에 실사범위와 실사 배점기준 등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수정의견을 내놓은 상태. 반면 현대측은 “금융권 여신제재가 우려되는 만큼 일정을 준수해달라”며 실사방법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8일 계약을 했다.

LG측은 “ADL이 컨설팅 당사자도 아닌 정부의 ‘연내 경영주체 선정’ 압박만을 의식, 일반적인 실사절차를 지키지 않고 무조건 자료만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태수 ADL지사장은 이에 대해 “시한준수가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배점기준 등을 정확히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

현재로서는 ADL이 실사방법을 대폭 수정하지 않는 한 LG는 계약을 하지 않을 움직임.

▼제갈길 가는가〓상반기 말 기준 두 회사의 부채비율은 LG와 현대가 각각 617%, 935%. 해외법인을 연결시킬 경우 LG반도체의 부채비율은 759%(97년 말 기준)인 반면 현대전자는 자본잠식 상태.

그러나 양사 모두 하반기 들어 반도체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내년 대규모 흑자가 예상돼 앞으로 투자자금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LG반도체의 경우 △100% 증자에다 △서울 우면동 사옥매각 △LCD사업부문 법인분리 △자산재평가 등이 완결되면 부채비율이 연내 199.5%대로 떨어진다는 것. LG 관계자는 “자산재평가를 금감위 등에서 인정하지 않더라도 외자유치가 확정적인 만큼 자력갱생에 문제 없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난처해지는 정부〓업계의 반발과 실사과정의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에서도 통합 불가론이 세를 얻는 것으로 관측된다.

LG와 ADL간 실사계약이 끝까지 체결되지 않으면 실사를 근거로 하는 경영주체 선정은 불가능해진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두 그룹간 문화차이로 통합노력이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11일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의 발언을 주목하는 분위기.

이 위원장은 이에 앞서 LG그룹 최고위층과 정태수 ADL지사장을 잇따라 접촉해 양측 주장을 검토하고 금융제재시 자력생존성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가 통합불가론을 수용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

반도체 업계에서는 정부가 반도체 통합 무산을 묵인하되 신규여신 중단 등 상징적인 제재조치를 하는 선에서 절충을 취할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래정·박현진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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