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빅딜 갈등」 갈수록 험악…현대-LG 회동 끝내불발

입력 1998-09-29 10:10수정 2009-09-2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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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대규모사업교환)’을 둘러싸고 5대 그룹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빅딜 추진과정에서 통합회사의 경영권 문제가 막판 진통을 겪으면서 상대방 총수에 대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등 관계가 점점 험악해지는 분위기다.

빅딜문제가 간신히 성사된다고 해도 이미 깊어진 그룹간 불신과 악감정의 골은 메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현대―LG 갈등이 발단〓반도체부문 통합회사의 경영권을 누가 갖느냐는 치열한 경쟁이 그룹 수뇌부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이달 중순 구본준(具本俊)LG반도체사장이 반도체 문제를 협의하자며 정몽헌(鄭夢憲) 현대전자 회장에게 전화했으나 정회장이 “내부 의견이 조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화통화를 거부했던 것.

며칠후 정회장이 다시 구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주말에 직접 만날 것을 제안했으나 이번에는 LG측이 “선약이 있다”며 거부, 두 사람의 만남은 끝내 불발.

LG와 현대는 이 과정에서 서로 기술력 우위를 주장하며 치열한 홍보전을 전개. 경영권 싸움이 가열되면서 양측은 하루가 멀다하고 신기술 개발자료를 발표하며 기술력의 우위를 선전하기에 안간힘.

구사장이 “고속D램 기술이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서 LG가 월등히 앞서나가고 있으며 생산기술면에서도 우위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며 양보불가를 천명하자 현대측은 “일찌감치 독자기술로 반도체를 생산해 온 경험이나 현재 시장 점유율로 볼 때 현대의 경영권 확보는 당연하다”고 주장. 그래서 반도체협상은 현재 표류상태.

▼김우중회장에 미묘한 눈길〓전경련회장을 맡고 있는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은 빅딜을 원만하게 중재해야 하는 입장. 그러나 김회장이 반공식적인 자리에서 다른 총수들의 개인사를 언급하는가 하면 그룹 총수간 은밀히 나눈얘기를공개하자 재계에서는그 배경을의아해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철도차량 등에서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빅딜 논의를 끌고가고 있다는 경쟁그룹의 시각도 적지않다.

과거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 고 이병철(李秉喆)삼성회장 등 ‘창업형’ 재계원로들과 관계가 원만치 못했던 김회장은 최근 전경련회장 취임이후 이들 그룹과의 관계개선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는 눈치.

▼삼성―현대 월드컵경기장건으로 불화〓빅딜과 별도로 상암동 월드컵축구경기장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삼성과 현대간의 불화가 불거졌다.

문제는 이번 입찰에서 떨어진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삼성물산이 지분참여를 했다는 게 발단.

월드컵 경기장 사업권이 삼성엔지니어링 컨소시엄에 낙찰되자 현대그룹 수뇌부에선 “현대컨소시엄에 참여한 삼성물산이 내부정보를 삼성엔지니어링에 줬기 때문”이라며 잔뜩 의심.

이에 대해 삼성측은 “삼성물산이 현대컨소시엄에 20%의 지분참여만 했을 뿐 나머지 서류작업은 모두 위임했다”고 밝혔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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