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자금 동향]금융기관,자금순환 걸림돌

  • 입력 1998년 9월 23일 19시 14분


올 2·4분기(4∼6월) 중 기업과 개인에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 금융기관이 오히려 자금을 회수하는데 급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이 늘어날까봐 한편으로는 신규 대출을 피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가 있는 대출금을 회수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은행은 자금공급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은 투자를 포기하고 개인은 소비를 줄이며 은행빚 상환에 주력하다보니 자금순환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면서 “지금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이 시중자금을 회수했다〓한은이 23일 발표한 ‘4∼6월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기업 개인 정부 등에 공급한 자금규모는 전분기에 비해 4조3천억원 감소했다.

금융기관은 회사채 등 우량기업이 발행한 유가증권에 7조원을 투자했지만 대출금을 무려 11조3천억원이나 회수한 것. 그만큼 시중자금을 회수했다는 의미.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한 것은 한은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65년 이후 처음이다.

금융기관들은 대신 통화안정증권과 투신사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등 ‘돈놀이’에 열중했다.

▼기업 자금 수요도 줄어들었다〓기업의 자금조달(금융부채) 규모는 3조4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22조9천억원의 14.8%에 불과했다. 기업은 종합금융 등 2금융권과 은행의 상환요구가 빗발치면서 무려 7조1천억원을 순상환했다. 신규차입액보다 차입금 상환액이 7조1천억원이나 많았다는 것으로 이런 현상도 8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나마 회사채 주식 등 유가증권 발행(직접금융)을 통해 9조3천억원을 조달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신용이 괜찮은 대그룹이나 가능한 일로 중견기업에는 사실상 ‘그림의 떡’.

▼개인들도 빚상환에 주력했다〓1∼3월 7조6천억원을 갚은데 이에 4∼6월에도 5조6천억원을 상환, 상반기(1∼6월) 동안 무려 13조2천억원의 금융권 부채를 갚았다.

금융권이 대출금 회수에 나선데다 개인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은행돈 빌리는 것을 최대한 자제했기 때문이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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