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구조조정]카르텔수준…분쟁등 걸림돌 많다

  • 입력 1998년 9월 3일 19시 25분


▼이경태(李景台)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원장〓현대그룹이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고 삼성중공업이 선박용엔진과 발전설비부문을 한중으로 넘기는 것을 제외하면 굵직한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빅딜도 아니다.

합의된 내용은 주로 반도체 석유화학 항공 철도차량에서 단일법인을 만든다는 것인데 이에 따른 규모의 경제는 기대된다.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업종에서 규모를 키우는 것은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단일법인 설립이 해당 업종 전체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려면 앞으로 과감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기존 회사들의 인원과 설비를 그대로 합쳐놓은 단일법인 설립은 과당경쟁을 피하는 의미밖에 없다. 즉 불황을 맞아 같은 업종의 기업끼리 경쟁을 줄이기 위해 맺는 카르텔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용렬(金龍烈)산업연구원 연구위원〓기업간 합병을 위한 실사과정에서부터 양사의 의견이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잇따른 소송이 빅딜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

또 빅딜 기업과 정부간에 적정 설비규모를 둘러싼 견해차이가 심하다. 재벌기업들이 현재 설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고집, 설비를 매각하거나 양도하지 않으면 구조적 과잉투자를 해소한다는 빅딜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다.

▼마철현(馬哲炫)LG경영컨설팅센터 선임컨설턴트〓반도체 유화 항공 등의 분야는 첨단 기술집약적 부품 산업이기 때문에 일반 완제품 생산기업의 실사와는 다른 방법으로 평가해야 한다. 핵심기술력과 그를 지원하는 고급인력의 확보가 기업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취급돼야 한다.

〈백우진·이용재기자〉wo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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