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銀 탄생서 증발까지]5共출범후 무더기 설립허가

  • 입력 1998년 6월 29일 19시 32분


이번에 강제퇴출의 비극을 맞은 5개 은행의 탄생과정을 살펴보면 시장경제를 무시한 정치논리에서 출발한 ‘정치금융’ ‘관치금융’의 전형이었다.

5개 퇴출은행 중 동화 동남 대동 등 3개 은행은 87년 영남지역 및 실향민의 표밭을 의식한 노태우(盧泰愚)당시 민정당 대통령후보의 선거공약에 따라 노정권 출범 직후인 89년 일제히 설립됐다.

동남은 경남, 대동은 경북, 동화는 이북5도민을 영업 기반으로 삼아 출범했다.

선거 당시 노후보는 지역경제와 지역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경기 충청 호남 경북 경남 지역에 1개씩 은행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시장의 경쟁 논리는 철저히 배제한 정치적 고려에서였다. 각 지방에는 이미 1개 이상의 은행이 설립돼 시중은행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주무부서인 재무부는 은행의 추가설립은 이미 과당 경쟁상태에 들어선 은행권 전체를 자칫하면 동반 부실로 몰고갈 위험이 있다며 반대했다.

금융시장 개방에 대비, 국제경쟁력을 갖춘 선도은행과 대형은행의 육성이라는 금융정책과도 배치되는 것이었다.

당시 재무부 금융정책실에서 근무했던 J씨는 “다른 은행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갈 우려가 커 대통령 공약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부 실무진에서는 끝까지 반대했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정권은 공약사항은 반드시 지켜야한다며 지방별 1개 은행 추가 설립을 밀어붙였다. 집권여당인 민정당까지 가세했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재무부와 은행감독원은 대세가 기울자 적당히 이에 편승하면서 새 은행 설립을 즐기기 시작했다.

동화은행은 재무부 출신 19명을 간부로 영입했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한 외환업무와 영업확장을 시도해온 이들 은행은 부실채권 규모만 키우다가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맞아 간판을 내리게 됐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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