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감도는 은행가]퇴출거론銀 고객몰려 북새통

  • 입력 1998년 6월 27일 20시 17분


우량은행에 인수될 부실은행 명단 발표가 임박한 27일 오후 ‘은행정리 작전’이 시작됐다. 부실은행을 인수할 국민 주택 신한 한미은행 등은 인수팀에 대해 교육을 완료하고 비상대기토록 했으며 금융감독위원회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청에 병력을 요청해둔 상태.

피인수 은행으로 거론되는 은행에서는 평소 인출액의 3,4배가 넘는 대량 예금인출 사태를 빚었고 일부 은행 직원들은 본점 등에 모여 농성을 시작해 물리적인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보고를 마친 뒤 기자 간담회를 갖고 “부실은행이 인수되더라도 예금지급업무나 당좌대출 어음할인은 계속될 것이므로 예금자의 불편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강조.

막바지 정지작업을 벌인 금감위는 정리대상 은행별로 검사역을 지정해 발표 즉시 본점 영업부와 각 지점의 금고열쇠를 확보하고 본점 전산망의 자료유출을 방지하는 등의 비상 접수요령을 시달.

금감위는 외환 국민 주택 신한 한미 등 12개 시중은행 감사들을 은행감독원으로 소집해 부실은행 자산인수 준비를 측면 지원.

○…국민은행은 피인수은행의 기획 및 전산부문을 장악할 핵심요원에 대한 합숙교육을 마쳤으며 신한은행도 피인수 은행에 파견할 책임자급 30명을 발령했다. 주택은행은 본부 간부를 대상으로 인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보고서를 토대로 도상훈련에 착수했다.

○…대주주가 외국인인 한미은행 신한은행 등은 부실은행 인수에 대해 대주주를 어떻게 설득할지를 두고 고민.

한미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원하는 은행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대주주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핑계를 대서라도 빠지고 싶다”고 실토. 신한은행 관계자도 “일본인 대주주들이 인수로 인한 동반부실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주주인 국제금융공사(IFC)측의 반대도 있고 보람은행과의 합병도 진척되고 있다는 이유로 인수은행 명단에서 빠져 정말 다행”이라며 안도.

○…대동은행 직원들은 이미 퇴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 퇴출 소문에 큰 동요는 보이지 않았으나 이날 각 지점에서는 평소의 3.4배가 넘는 7백억원의 예금이 인출됐다.

대동은행 직원들은 퇴출 발표시 파업에 돌입키로 하고 전직원 1천7백여명 중 1천6백50여명이 노조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배수진을 친 상태. 한 직원은 “이런 상황에서 은행직원이 말 잘듣는 착한 은행원이기를 바란다면 큰 착각”이라며 “관치금융으로 오늘날 은행을 말아먹은 금융당국이 모든 책임을 은행원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흥분.

○…동남은행 서울본부의 한 직원은 “만약 평화은행은 근로자은행이라서, 동화은행은 이북5도민은행이라고 살린다면 객관적 기준은 없는 셈”이라며 “덩치 작은 은행들만 건드리고 있다”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

노조측은 “직원들이 퇴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라며 “노조는 고용승계를 최대한 이끌어 내기 위해 대책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경제부·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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