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1백일 경제개혁]換亂 진화…구조조정은 『아직』

  • 입력 1998년 6월 3일 19시 3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당선자로서 2개월 이상, 그리고 취임후 1백일간 경제위기 타개에 주력해왔다.

우선 김영삼(金泳三)정권이 물려준 국가부도위기를 넘기기 위해 직접 뛰었다.

그 결과 외채지불유예(모라토리엄) 위기는 일단 넘겼다. 우선 환란(換亂)의 큰 불은 잡은 셈.

외채상환 만기연장에 성공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지원금을 큰 차질 없이 받아낸 결과다. 이에 따라 가용 외환보유고가 IMF와 합의한 목표치를 웃돌게 됐다.

김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 외자 유치와 수출 증대를 통해 경제회생의 돌파구를 열겠다는 처방을 제시했다.

또 금융 기업 노동시장의 개혁을 통해 국가신뢰도와 산업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폈다.

다행히 무역수지를 중심으로 한 경상수지 흑자도 기대 이상으로 쌓였다.

외환 수요초과 상태의 완화 등으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3월 이후 어느 정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적잖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각부문의 전면적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의 새틀 짜기는 아직도 워밍업 상태다. 엄청난 진통이 예상되는 본격적 구조조정을 6·4 지방선거 뒤로 미루려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및 재벌개혁을 둘러싸고 새 정부와 새 여권 안에서 강온론이 대립하고 적잖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대책 전반에 걸쳐 관계부처간의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는 정부 경제팀의 시스템이 잘못 구축된 데도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한편 정부 및 공공부문 자체의 개혁도 말만 요란했을 뿐 실제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점이 민간부문에 자율적 개혁 기피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무튼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이 구체적으로 가시화하지 않음에 따라 국가신뢰도를 높이지 못하고 외자 유입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 금융경색이 더욱 심해져 기업자금난완화 및 무역금융활성화 등에 관한 잇따른 대책이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노동계 일부에서는 1기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대타협정신을 무시하고 강경노선을 걷고 있다. 이는 국가신뢰도 개선, 외자유치, 증시를 비롯한 시장안정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가세해 실물경제부문이 더욱 취약해지고 수출증대에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구조조정이 실업을 늘리는 측면도 있지만 구조조정이 정상적으로 진척되지 않음에 따라 결국 실업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요컨대 공공부문을 포함한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을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내느냐가 김대중정부 및 한국경제의 가장 큰 단기과제다. 이에 대한 정부 기업 노동자 등의 협력과 고통분담 없이는 경제회생의 계기를 잡기 어렵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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