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살생부」소폭說 「표정관리」…부실기업 판정 마무리

  • 입력 1998년 6월 2일 18시 56분


8일 각 금융기관에서 발표할 부실기업 리스트가 당초 제2의 부도대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주요 그룹의 계열사는 포함되지 않는 등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긴장 속에 엄청난 파장을 걱정해온 대기업들은 주거래은행의 이같은 움직임에 크게 안도하며 ‘살릴 기업’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정책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은행들이 부실기업 판정 작업을 끝냄에 따라 그룹마다 주거래은행과 긴밀한 접촉을 가지며 퇴출기업 포함 여부를 탐문하느라 분주한 며칠을 보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30대그룹은 “은행에 확인해본 결과 우리 그룹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반응들이다.

은행권에서도 단정적인 얘기는 없지만 “모두가 알 만한 부실기업 이외에 30대그룹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태.

1월말 3천억원의 협조융자를 받았던 A그룹의 관계자는 “그동안 5대그룹 이외에는 모두 무너진다는 악성 루머가 난무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은행으로부터 퇴출기업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젠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돼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가 걱정하는 것은 8일 부실기업 발표 이후의 문제. 이들은 설사 ‘살릴 기업’으로 분류되더라도 초고금리와 마비상태의 금융시장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심각한 ‘금융부실’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부실기업 정리작업 뒤에 곧바로 금융개혁과 금융권 구조조정이 추진될 경우 금융경색은 더욱 심화할 것이 뻔한데 이렇게 되면 대기업 도산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것.

전경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들이 요즘 자체적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연명하는 ‘자급자족식 경영’을 하고 있다”며 “8일 ‘살릴 기업’이 확정되면 정부는 ‘재벌 때리기’ 일변도에서 벗어나 기업을 살리는 획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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