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우량기업 『부실기업 부럽다』…年18% 금리 허덕

  • 입력 1998년 5월 20일 19시 27분


부실기업은 화의 협조융자 등을 통해 연 11.5%의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반면 우량기업은 연 18∼20%의 고금리를 부담하는 ‘금리 역전(逆轉)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우량기업으로부터 회수한 대출금이 부실기업에 지원되는 꼴이어서 이런 양상이 계속될 경우 결국 산업기반이 와해되고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이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20일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해태 뉴코아 등 11개 그룹이 3월말 현재 2조2천5백25억원의 협조융자를 받았다.

그룹별 협조융자 금액은 △한화 7천4백20억원 △동아 3천6백억원(예정분 제외) △고합 3천억원 △해태 2천5백억원 △신원 2천억원 △우방 1천1백억원 △진도 1천60억원 △신호 8백억원 △뉴코아 5백45억원 △한일 5백억원.

협조융자 금리는 동아건설의 경우 연 11.5∼25% 수준으로 융자 당시의 3년만기 회사채 금리가 연18∼25%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는 6.5%포인트 낮다. 또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진 기업은 진로 뉴코아 한라 화승 수산중공업 나산 기아 극동 대농 청구 등의 그룹계열사 38개. 이들 기업은 화의개시로 27조원으로 추정되는 대출금의 상환을 유예받고 대출금리도 우대금리(연 11.5%)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라 진로 계열사의 경우 실세금리 연 20∼30%에 비해 훨씬 낮은 연 8.5∼11.5% 조건을 따냈다.

한 은행 대출담당자는 “현재 4대 그룹을 포함해도 우대금리를 적용받는 기업은 한 곳도 없으며 일부 기업은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제시해도 돈을 빌리지 못한다”면서 부실기업에 대한 저금리 지원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12월 결산 상장사의 작년 평균 대출금이 7천9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정상기업은 지원대상 부실기업보다 연간 평균 8백억원의 이자를 더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금융기관이 기업을 부도처리한 후 화의나 협조융자에 동의하는 것은 사회에 비용을 전가하는 대표적인 도덕적 해이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남일총(南逸聰)법경제연구실장은 “우대금리를 기대해 고의로 부도를 내는 기업도 있다”며 “부실기업을 지원할 때 자본금을 줄이도록 하고 기업 회생의 실익이 채권자에게 돌아가게 해 화의나 협조융자 남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KDI 이덕훈(李德勳)선임연구위원은 “부실기업에 저금리 지원을 늘리다보니 우량기업 지원자금 규모가 줄어드는 모순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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