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35% 금리 너무한다』…30대그룹 정부에 대책 호소

  • 입력 1998년 4월 24일 19시 47분


대기업들의 자금사정이 한계에 달해 있다. 신용공황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데다 은행대출도 중단됐고 마지막 ‘기댈 언덕’인 제2,3금융권도 제 살길 찾기 바쁘다. 이런 가운데 금융기관들의 차입금 상환압력이 가중돼 기업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4일 금융감독원 조재호(趙在昊)금융애로대책팀장과 30대 그룹 자금팀장을 초청해 가진 비공식 간담회에서 대기업 자금팀장들은 저마다 심각한 자금사정을 털어놓고 정부가 특별대책을 내놓을 것을 호소했다. 구체적으로 회사채시장과 증시여건이 호전될 때까지 △계열기업군 여신한도 및 동일인 여신한도제 유예 △회사채 보증수수료의 분납 △자산재평가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허용 등.

다음은 자금팀장들이 토로한 시중 자금시장 실태.

▼살(殺)기업적인 고금리〓단기 금리가 연 20%를 넘고 있다. 기업이 흑자를 낼 도리가 없다. 기업 운영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할인어음 당좌차월 등은 25%대, 종금사의 기업어음(CP) 할인금리는 35%대다.

자금흐름이 막혀 금리가 내려가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은 일방적으로 차입금 조기상환과 금리인상을 요구한다.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 기업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이것이 차입여건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대출 중단한 은행권〓종금사 영업정지조치 이후 금융기관들이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등 보수적인 대출운용으로 기업들의 자금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빚갚으라’는 ‘보신주의’로 일관한다. 상환 못하면 고리의 연체료가 붙는다. 기존 대출 만기를 늦춰주면서 새로운 담보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기업어음 회사채 시장은 마비상태〓어음이 할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 종금사가 폐쇄돼 사정이 더 나빠졌다. 주식시장이 가라앉아 증시에서 자금조달도 어렵고 회사채는 보증수수료가 대폭 올라 기업부담이 크게 가중됐다. 보증수수료를 한꺼번에 선납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무보증 회사채는 5대 그룹 계열사의 경우도 발행하기 어렵다.

정부는 자산재평가법 개정으로 기업재무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으나 금융감독위원회는 자산재평가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은 혼란스럽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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