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촬영 급증에 ‘방사선 피폭’ 경고등

  • 동아일보

4년새 건수 33%-환자 28% 늘어
작년 피폭량 기준 초과 4.8만명
수익-법적 책임 회피 위해 촬영도
“방사선 적정량 사용여부 관리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마포구에 사는 조모 씨(33)는 최근 자동차 사고를 당한 직후 10일 만에 컴퓨터단층촬영(CT)을 3번이나 했다. 사고 직후 방문한 병원 응급실과 자택 인근 외과의원, 정형외과 의사가 추천한 종합병원에서도 CT 촬영을 했다. 조 씨는 “병원에 갈 때마다 계속 CT를 촬영했다”며 “이렇게 자주 해도 되는 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CT 촬영이 최근 4년 새 370만 건이 늘어나 방사선 피폭량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CT 촬영 4년 새 370만 건 증가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CT 이용 및 과다 촬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병의원 CT 촬영은 2020년 1105만 건에서 지난해 1474만 건으로 33.3% 증가했다. CT 촬영 환자도 같은 기간 591만 명에서 754만 명으로 27.5% 늘었다.

의료방사선 피폭량도 늘었다. 집단 유효선량(개인 피폭 방사선량 총합)은 2020년 7만9102man-Sv(맨시버트)에서 지난해 10만3125man-Sv로 증가했다. 100mSv(밀리시버트)를 초과하는 사람은 2020년 3만4931명에서 지난해 4만8071명으로 4년 새 37.6% 늘었다. 100mSv 초과는 암 발생 위험이 0.5% 증가할 수 있다고 국제적으로 보고된 수치다. 지난해 CT 이용에 따른 연평균 환자 피폭량은 2.1mSv로, 직업상 방사선에 노출되는 항공기 승무원(1.72mSv), 방사선작업종사자(0.28mSv)보다 높았다.

일반인의 의료방사선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는 부족했다. 공단이 성인 18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의료영상검사 관련 국민 인식도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2명은 유방 엑스선 검사, 일반 X-ray, CT 검사 등 의료방사선이 발생하는 영상검사에서 의료방사선이 발생하지 않는다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반면 의료방사선이 발생하지 않는 자기공명영상(MRI)에 대해선 71.4%가 의료방사선이 발생한다고 했다. MRI는 자기장을 이용한 검사라 방사선 노출이 없다.

● 수익-법적 책임 회피 위해 CT 쵤영 하기도

일부에서는 병의원들이 수익 때문에 CT를 많이 찍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상 검사의 원가 보전율은 117.3%로 외과 수술(81.5%)보다 높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복부는 초음파에서 문제가 없으면 CT를 굳이 찍을 필요가 없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수익을 고려해 환자에게 추가로 권하는 사례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환자가 CT 검사를 요구할 때도 많다. 황성일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대형병원까지 왔으니 CT를 찍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가 많다”고 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을 덜기 위해 CT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법원은 응급내시경 시술 후 환자가 숨진 사건에 대해 “내시경 시술 전 금식 여부를 구두로만 확인하고 CT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의사 과실로 판단했다. 대한영상의학회는 “이 판결은 CT 남용을 부추기고 방사선 노출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소형 병원은 영상의 질을 높이는 데만 관심을 둬 방사선량을 2, 3배씩 더 넣는다”며 “방사선을 적정량 활용하는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한국은 CT 촬영이 많은 국가임에도 환자의 의료방사선 피폭에 대한 위험성은 크게 고려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불필요하게 의료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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