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개社 주총 개최]『소액주주 보호』 공세 절정

  • 입력 1998년 3월 27일 19시 26분


상장법인 65개사의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린 27일. ‘소액주주 권익보호’를 내세운 시민단체들의 공세가 절정에 달했다. 시민단체들은 일반 소액주주들과 합세, 위장출자나 경영부실을 신랄하게 추궁하며 경영진과 열띤 공방을 벌이거나 양보를 받아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주총장에선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폭발, 멱살을 잡고 욕설이 오가는 등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이날 주총의 하이라이트는 국내 최대 제조법인인 삼성전자.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위원장 장하성·張夏成)의 참석으로 관심을 끈 이 회사 주총은 오전 9시에 시작돼 위장출자 문제 등을 놓고 밤 늦게까지 뜨겁게 진행됐다.

참여연대측은 “삼성전자 등 삼성계열사들이 삼성자동차에 위장 출자했다”며 “삼성전자가 이를 공시하지 않은 것은 증권거래법 위반”이라며 이를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참여연대측은 삼성전자가 공정거래법상 순자산의 25%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총액출자규정을 피하기 위해 9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 삼성자동차 주식투자만을 위한 위장회사 ‘팬 퍼시픽 인더스트리얼 인베스트먼트’를 설립, 우회적으로 삼성자동차에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위장출자가 아니며 합법적인 외자유치라고 대응.

참여연대는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가 그룹에 파견한 인력과 미국 자회사인 AST사의 부실경영, 내부거래문제도 추궁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나 펀드들이 참여연대측에 지분을 위임하는 형식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강력히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은 이날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의 요구를 정관에 정식 반영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3명 사외감사 1명을 선임했다. 서정욱(徐廷旭)SK텔레콤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부당 내부 거래 의혹을 받은 것에 대해 사과하며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SK주총은 사전에 경영진과 소액주주들간 정관개정 합의가 이뤄져 충돌없이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날 주총은 경영진과 소액주주들이 ‘주주제안’을 통해 기업의 투명 경영과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한 합의를 일궈냈다는 점에서 소액주주 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통신 연구개발본부 2층 강당에서 5백여명의 주주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국통신 정기주총은 주주들의 불만표출로 난장판이 됐다. 소액주주들은 “한국통신의 주식상장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뭐냐” “정부 말만 믿고 주식을 샀는데 2년전 바로 이 자리에서도 똑같은 소리만 들었다”며 격렬히 항의, 경영진은 해명에 진땀을 뺐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올해 주총은 소액주주의 권익신장과 사외이사의 선임 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 선진경영으로 가는데 좋은 교훈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더이상 대주주의 독단경영은 힘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승환·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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