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유상증자 『허울뿐』…호응없자 계열사에 할당

  • 입력 1998년 3월 25일 19시 59분


종합금융사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실시한 유상증자가 실질적 자본 유입없이 부채비율만 낮추는 ‘가장(假裝)납입’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종금사는 증자 때 생긴 실권주(失權株)를 관계회사나 거래기업에 떠넘겨 기업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종금은 증자(5천4백억원)에 응한 주주가 금액기준으로 절반밖에 안되자 LG석유화학 등 9개 계열사와 두산건설 등 거래기업에 할당했다. 증자액의 25%는 LG상사 등 3개 계열사가 매입했으며 나머지는 자사주펀드를 활용해 스스로 떠안았다.

나라종금의 경우 대주주인 보성어패럴 등이 증자액(6백60억원)의 23%를 매입했으며 나머지 실권주는 에스콰이아캐주얼 등 거래기업이 인수했다.

금호종금이 증자한 1백억원 중 18억원어치는 대주주인 금호건설 및 박정구(朴定求)그룹회장 등이 인수했으며 금호석유화학 등 계열사가 나머지 실권주를 사들였다.

대한종금도 대주주인 성원건설과 계열사 임직원 등을 통해 1천7백70억원을 유상증자했다.

중앙 영남 한길 울산 등 8개사가 5천여억원의 증자를 실시할 계획인데 대부분 계열사나 거래기업이 떠안게 될 전망. 종금사의 증자규모는 평균 납입자본의 2.7배에 이른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실제로 자본이 늘어나지 않는 방식의 증자로 부채비율만 낮추는 경우 재무구조개선으로 인정하지 않을 방침. 금감위 관계자는 “거래기업에 실권주를 넘기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거나 대출약속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부실이 심화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하고 “조사결과 은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가장납입이 밝혀지면 경영평가 점수를 나쁘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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