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현장 중간점검]암초널린 불안한 무역흑자

  • 입력 1998년 3월 2일 20시 08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행진이 이어지면서 언제까지 흑자추세가 계속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의 무역수지 흑자는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급증과 수입격감으로 나타난 현상. 특히 수입은 자본재와 원자재가 월 평균 30∼35% 이상 감소하고 있어 몇달 후의 수출 여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

무역업계 관계자들은 해외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구조의 특성상 향후 원자재 확보가 수출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바닥난 원자재〓대부분 제조업체들은 이미 원자재의 재고가 바닥 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은행들의 신인도 추락으로 인해 수입신용장 개설이 어려워 원자재 수입이 순조롭지 못하다.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원자재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 가량 줄어든 74억5천만달러에 그쳤다.

㈜대우 산업전자부 송태진부장은 “해외 원자재 판매상들이 삼국 은행의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어 웬만한 제조업체들은 원자재를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대부분 업체들이 비축 재고분을 소진한 상태여서 빠르면 이달 내 심각한 원자재 확보난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 대우 LG SK상사 등 국내 종합상사들은 유망 중소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원자재 공급을 대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

▼제 값 못받는 수출상품〓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상품의 전체적인 가격수준을 반영하는 수출단가지수는 작년 하반기들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작년 6월 75.0을 기록했던 수출단가지수는 12월 61∼63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기껏 해외에 물건을 수출하고도 제 값을 못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수출단가지수가 크게 하락한 것은 원화 가치하락을 핑계로 해외 수입선들이 수출상품의 달러가격 인하를 요구한 데 따른 것. 전자부품업체인 D사의 경우 작년 말 이후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수출단가를 최고 50%가량 인하해줄 것을 요구받고 난감해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 수입선들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어 제품가격을 평균 10∼20%가량 깎아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예상되는 무역마찰〓주력시장이던 동남아지역이 외화난에 빠짐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와의 무역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EU는 한국산자동차에 대한 수출상한선을 설정하는 쿼터제 도입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국내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동남아지역으로 향하던 수출품들이 미국 유럽 중국 등으로 방향을 돌렸다”며 “시장 잠식을 우려한 이들 국가가 수입제한조치를 취할 경우 국내 수출업체들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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