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대책없는 「달러싹쓸이」…외국銀 대출금회수 대비

  • 입력 1998년 2월 19일 19시 41분


대기업들의 달러 ‘비축’이 본격화하면서 외화는 물론 원화자금시장까지 4,5개 소수 재벌그룹이 독식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달러비축 경쟁은 은행빚을 얻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환율과 국내금리를 상승시키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달러 사재기〓대기업들이 달러사재기에 나선 것은 최근 외국은행들이 인도네시아 사태가 한국으로 번질 것을 우려,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출금 회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대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길이 막혀버리자 원화로 빚을 내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 대출금 회수에 대비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올해 갚아야 할 외채는 공식통계로는 1백억달러 수준. 여기에 잔액이 5백억달러에 이르는 해외현지법인의 채무와 파생금융상품 투자손실에 따른 부채 등을 합치면 올해 2백억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금융권은 추산하고 있다. 외채상환 요구는 3월말 일본계 은행들의 결산시즌이 다가오면서 이달 또는 다음달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시장의 왜곡〓달러 사재기에 나선 대기업은 원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현대 삼성 대우 LG 대우 등 상위 5대 재벌그룹들. 원화자금이 5대그룹에 몰리면서 다른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충족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리도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지난 10일 연 18.81%를 기록한 이후 매일 20%대를 유지하다가 17일부터는 21%대로 올라섰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18일까지 회사채 발행 총4조2천5백44억원 중 5대 그룹이 차지한 비중이 90.2%에 달했다. 유상증자도 11억6천2백40만주 중 금융기관 주식이 99.2%에 달했다. 증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경로도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움켜쥐고 있는 셈. ▼묘수는 없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결제수요를 맞추기 위해 달러를 마련하는 대기업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기본틀을 바꿔 외국인의 투자가 늘고 금융기관과 기업의 대외신뢰도를 높이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19일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유입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내림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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