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4龍의 앞날]한국 경제구조 취약 「깊은 수렁」

  • 입력 1998년 2월 15일 21시 01분


한때 아시아의 역동성을 자랑하며 ‘네 마리 용’으로 불렸던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국가는 지난해 7월 이후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의 태풍을 맞아 동병상련의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위기 속에서도 이들 4개국이 맞고 있는 위기의 상태가 각기 다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경제난의 수렁에서 벗어날 가능성에 대한 전망과 경제회복의 모습 또한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본다. 이들에 따르면 특히 한국은 경제 기초여건이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경제모순의 일시적 폭발과 잘못된 정책 때문에 한꺼번에 큰 위기를 맞았다. 또 홍콩은 미국달러화에 연동된 환율체제를 지키기 위한 대가로 주가와 부동산가격이 급락하면서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대만과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 있다. 4개국의 상황과 전망을 살펴본다. ▼한국과 대만〓산업구조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반도체 컴퓨터 철강 섬유 등의 주력산업이 같은데다 주력 수출시장 또한 겹쳐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다. 한국 원화의 통화가치는 지난해 하반기 몇달 만에 50% 가까이 떨어진 반면 대만달러화는 15% 정도 떨어졌다. 이에 따라 가격경쟁력은 한국이 더 높아졌지만 대만은 오히려 자신감에 차있다. 한국기업들은 그동안 꿔온 돈을 주로 회사불리기에 쓴데다 이제는 돈을 빌리기조차 어려워졌지만 대만기업들은 투자여유가 충분하다. 쉐위안동(許遠東) 대만 중앙은행총재는 “한국이 대기업 육성정책을 편 반면 대만은 이익창출을 우선으로 한 중소기업육성정책을 추진해왔다”며 “대만모델이 더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재벌이 대규모 차입에 의한 확대정책을 편 한국에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재벌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체제로 편입돼 피라미드구조를 이루었다. 이 구조에서는 차입경영에 의존해온 재벌들이 잇따라 무너지면 그 우산밑에 있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연쇄도산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자생력이 훨씬 높아 중소기업이 수출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대만은 사정이 다르다. 대만 반도체업체인 라이트온사 관계자는 “한국의 5개 거대 반도체업체보다 대만내 80여개 중소 경쟁업체들에 더 신경이 쓰인다”고 말한다. ▼싱가포르와 홍콩〓금융센터 중계무역기지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홍콩은 고비용경제구조로 인해 상당한 고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당 7.8홍콩달러라는 달러연동 고정환율제를 지키기 위한 대가로 이자율을 올리면서 홍콩의 부동산가격은 통화위기 후 약 30% 떨어졌다. 그런데도 홍콩 오피스빌딩의 ㎡당 평균 연간 임대료(미 달러화 기준)는 1천30달러로 싱가포르(5백35달러)의 2배, 태국 방콕(1백5달러)의 10배 수준이며 일본 도쿄(7백40달러)보다도 비싸 기업할 여건이 좋지 않다. 더욱이 홍콩의 제조업체들이 중국 본토로 대거 공장을 이전하는 바람에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율이 85년의 22%에서 96년 7.2%로 하락, ‘제조업 공동화’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는 제조업비율(25%)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산업기술 고도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싱가포르 경제는 상대적으로 튼실하고 성장잠재력도 높은 편이다. 〈백승훈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