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그룹 구조조정안 제출]모양 갖췄지만 내용은 비슷

  • 입력 1998년 2월 15일 21시 01분


구조조정계획서 몇점 매길까
구조조정계획서 몇점 매길까
26개 재벌 그룹이 14일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 제출한 구조조정계획은 1개월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4대그룹 총수 회동때 합의한 ‘개혁의 5대원칙’이 구체화한 것이다. 당초 대상 그룹은 30개였으나 부도상태인 기아 한라 진로 뉴코아그룹은 이번에 제외됐다. 재계는 1개월동안의 물밑 탐색끝에 김차기대통령의 개혁의지가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판단,가능한 선에서 ‘알맹이’를 담으려고 애썼다는 후문이다. ▼구조조정계획에는 무엇이 담겼나〓이번 계획안에는 사업구조 재무구조 기업지배구조 등 3대 개혁안이 모두 포함됐다. 현대그룹이 자동차 중공업 등을 주력사업부문으로 선정한 것을 비롯해 △금호―항공 △동아―건설 물류 △두산―주류 △동부―제강 전자 건설 등을 주력으로 제시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 삼성그룹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20억달러를 끌어들이는 등 부채비율 축소안(현재 267%→5년후 150%)을 발표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 등 주력사 매각계획을 내놓았고 나머지 그룹들도 한계사업을 정리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사외이사제 도입과 비서실의 단계적 폐지가 주류를 이뤘다. ▼기업경영 어떻게 달라지나〓총수가 주력계열사 대표이사로 등재되고 기조실이 축소되는 것들이 앞으로 당장 눈에 보일 변화. 총수들이 계열사 대표이사로 들어서면 해당 계열사의 그룹내 위상은 커지지만 소액주주의 반발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총수 직할조직들인 연구소 연수원 등은 특정 계열사에 속할 경우 내부자거래 시비를 피할 수 없다. 복수 그룹총수를 둔 현대그룹 등은 비서실이 옮겨갈 주력사 선정에 고충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총수들이 계열사 대표를 맡게 되면 극단적인 경우 사퇴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은 문제점들〓그러나 대부분의 그룹들은 상호지급보증의 완전해소나 기조실(회장실)폐지 등은 재계의 힘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워 구체적인 입장이나 시한을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30대그룹의 상호지보액은 5대그룹 10조8천억원을 포함, 모두 33조원대. 5대그룹의 경우 현재 자기자본의 100%를 넘는 상호지보분은 해소했지만 증자 등을 통해서도 ‘완전’해소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S그룹 관계자는 “그룹 주력사를 인수한 외국기업이 지주회사 허용을 요청하면 우리 기업들은 줄줄이 외국기업에 넘어가게 된다”며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한 뒤 외국인 인수합병규제를 완화하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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