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비서관 「직보」통해 외환위기 알았다

  • 입력 1998년 2월 4일 06시 46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93년 초 대통령취임식 준비를 맡았던 인사들과 2일 청와대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외환위기상황에 대한 소회를 토로했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외환위기를 정식 보고받은 것은 지난해 11월 초였다고 밝히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대통령에게 외환위기를 처음으로 보고한 사람은 윤진식(尹鎭植)당시 경제비서관(현 세무대학장). 윤비서관은 김광일(金光一)정치특보를 찾아가 외환위기와 관련한 긴급한 사안이 있는데 김인호(金仁浩)경제수석이 꺼리는 입장에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간청했다. 김특보가 다음날 김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자 “왜 수석이 아니고 비서관을 만나야 하느냐”고 의아해했다. 이에 김특보가 “윤비서관이 수석을 거치지 않고 말씀드릴 것이 있다고 한다”고 거듭 간청, 윤비서관의 보고는 성사될 수 있었다. 김대통령은 “이대로 가다가는 12월20일까지 겨우 버틸 양(외환보유고)밖에 없습니다. IMF지원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는 윤비서관의 충격적인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 김대통령은 진위를 확인해야 했지만 경제부총리나 경제수석 등 정식 보고채널로부터 보고받지 않아 누구와 상의해야 할지를 한동안 고민했다. 홍재형(洪在馨)전경제부총리가 머리속에 떠올랐으나 국민신당으로 갔다는 보고를 듣고 그를 불러들이면 국민신당을 돕는다는 말이 나올 것을 우려해 한동안 망설였다. 김대통령은 결국 홍전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외환보유고가 곧 바닥이 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의견을 구했다. 이에 홍전부총리는 “위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고 이어 김대통령이 “IMF에 가야 하느냐”고 묻자 홍전부총리도 “그래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답변했다. 그후 김대통령은 이경식(李經植)한국은행총재 등의 확인을 거쳐 외환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집무실에서 인터폰으로 김수석을 찾아 “IMF로 가야 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라며 화를 벌컥 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가 “펀더멘털이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하자 곧바로 경질을 검토했으나 국회계류중인 금융개혁법안 처리문제 때문에 이를 유보하면서도 그때부터 임창열(林昌烈)통상산업부장관에게 “IMF준비를 하라”고 이미 지시했다는 것. 그후 김대통령은 강부총리를 청와대로 불러 “어떻게 일을 그렇게 처리했느냐”고 크게 질책했으나 강부총리가 사표를 내지 않고 그냥 돌아가자 김용태(金瑢泰)비서실장을 불러 “좀 쉬라고 하라”고 통고, 강부총리를 경질했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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