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이렇게 뚫었다]「신뢰=자산」 품질로 승부

  • 입력 1998년 1월 14일 18시 48분


통신기기용 안테나를 생산하는 에이스테크놀로지는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를 실감하지 못하는 기업이다. 한국 경제 전체가 도산 감원 감봉으로 으스스하지만 이 회사 구관영(丘琯煐·50)사장은 지난해 직원 보너스를 100% 추가 지급했고 올해는 기본급을 올려줄 계획이다. 에이스테크놀로지의 작년 매출은 96년보다 4배 껑충 뛴 7백50억원. 순익이 5억원에서 70억원으로 늘었다. 경기도 부천공장은 해외주문이 20∼30% 늘어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수입원자재 비중은 10%선. 환율 상승분이 고스란히 순익으로 남는다. 구사장은 회사가 너무 잘나가는 바람에 요즘 공연한 걱정을 하고 있다. “나라 전체가 고통을 나누어 갖자는 분위기에서 직원들이 자칫 실수를 할지 몰라 자중자애하라는 당부를 하고 있습니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해외에서 훨씬 유명하다. 통신기기용 안테나 분야에서는 세계 유수의 업체로 성장했다. 국제특허 2건 등 11건의 산업재산권이 개도국의 저임 공세를 막아준다. 무엇보다 해외 바이어들의 믿음은 탄탄하다. 제품에 하자가 발견되면 솔직히 문제점을 털어놓고 바이어와 상의했다. “90년 공장을 신축하면서 자금이 모자라 꼼짝 못할때 미국 바이어가 선뜻 30만달러를 무이자로 빌려줘 위기를 넘겼습니다.” 첫 수출에 나선지 5년만의 일이었다. 구사장은 ‘신뢰가 곧 자산’이라는 믿음으로 기업을 경영한다. 루슨트(미국) 알카텔(프랑스) 에릭슨(스웨덴)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에이스테크놀러지의 단골 바이어. 지난해 수출은 1백10억원. 올해엔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납품은 외상으로 하지만 30일이 지나면 어김없이 전신환으로 대금이 들어온다. 서로 믿기때문이다. 에이스테크놀로지가 IMF 한파를 타지않는 것은 남들보다 앞서 기술투자에 공을 들인 덕택이다. 하지만 90년 한해 24억원을 버는 중소기업이 수억원을 들여 연구소를 차린다니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순익 대부분을 쏟아부어 연구시설을 확장, 서울 양재동 부천 인천 등 3개 연구소를 갖췄다. 직원의 6분의 1이 연구인력이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한개에 1달러짜리 소형안테나에서부터 9천만원짜리 무선호출장비까지 다품종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일부 품목의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에이스의 당면 목표. 환율상승이란 특수를 살리려는 작전이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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