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에서만 5일 하루 84개 회사가 부도를 냈다. 같은 날 전국에선 무려 3백46개사가 도산했다. 작년말의 하루 평균 부도업체 1백여개에 비하면 폭발적인 증가다. 부도 홍수다. 쓰러진 기업의 상당수는 일시적인 자금경색의 희생양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살아남을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구조조정하려다가 산업기반 자체가 붕괴할 것 같은 위기다.
기업들의 과도한 차입경영 탓만으로 돌리기 어려운 부도 공포에 나라 경제가 전전긍긍이다. 통화긴축과 고금리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자금줄이 끊기고 실세금리는 20%, 콜금리는 30∼40%로 치솟았다. 이같은 유동성 부족에 기업은 버틸 재간이 없다. 환율상승으로 경쟁력이 회복되는 수출기업까지 자금시장 혼란으로 모처럼의 호기를 살리지 못해 애를 태운다.
국제수지를 개선해 외채를 갚고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긴축과 고금리정책을 펴야 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측 권고의 기본방향은 옳다. 또 우리는 이 권고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이행조건 때문에 흑자도산이 이어지고 실물경제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 은행들의 융자중단과 재정 통화긴축에서 오는 경제 전반의 위축을 최소화하는 일이 급하다.
국제수지 흑자기조를 다지고 경제체질을 강화한다는 원칙에는 충실하되 단기적인 경제마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IMF 협약 이행계획을 신중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IMF측이 통화 성장 물가 금리 등 주요 지표의 운용목표를 수정하는 협의에 착수한 건 다행이다. 앞으로 정부는 우리 경제의 실상과 애로를 진솔하게 설명, IMF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산업과 재벌정책의 혁신은 물론 개방화 국제화를 과감하게 추진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 외환위기를 넘기 위해 약속한 사항을 잔꾀를 부려 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