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새해 신종덕담 유행…『낙지부동 하세요』

  • 입력 1997년 12월 31일 18시 40분


지난해 경제적 시련과 함께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시민들은 혹독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덕담과 우스개로 새해를 맞았다. 가장 유행하는 말은 ‘낙지부동하라’. 일터에 낙지처럼 달라붙어 해고당하지 말라는 것. 이 말은 ‘복지뇌동’ ‘복지안동’ ‘신토불이’ 등 다양한 형태로 번져 나갔다. 복지뇌동은 바짝 엎드려 머리만 굴린다, 복지안동은 꼼짝 않고 눈치만 살핀다, 신토불이는 몸과 땅이 하나가 되도록 꼼짝 않는다는 뜻. K광고사에 다니는 김정한(金庭漢·30)씨는 “감원공포에 시달리는 친구들과 낙지부동의 다음 단계가 복지뇌동 복지안동 신토불이라는 사실을 아느냐는 우스갯소리를 나누며 마음을 달랬다”고 말했다. 외국은행의 인수 합병설이 나도는 A은행 직원 이모씨(32)는 “요즘 퇴근시간 인사가 ‘내일 또 봅시다’로 바뀌었다”며 씁쓸해 했다. 신년 초면 으레 결혼이야기를 듣는 미혼 남녀들에 대한 인사도 바뀌었다. 특히 인기가 폭락한 증권회사 직원이 받는 인사에는 농촌총각 연변총각이 끼여들었다. S증권의 김요섭(金曜燮·29)씨는 “새해에는 연변총각보다는 빨리 장가가길 바란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미혼녀들은 “인기직장이 따로 없으니 안정된 직장의 남성을 만나라”는 권유를 듣고 있는 실정. 남자대학생들은 취업난을 피하기 위한 군입대 희망자가 몰려들어 입대조차 제때 못하자 ‘새해에는 군입대 소원을 풀어라’는 뜻밖의 인사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료애와 희망찬 의지를 다지는 덕담이 주류. 50% 감원을 눈앞에 둔 K기획 서모씨(29)는 “끝까지 함께 하자”는 말을 많이 나눈다고 전했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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