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C社의 위기]수출 마비…벼랑에 선 면방업체

  • 입력 1997년 12월 24일 19시 41분


원면을 수입가공해 원사 면직물 등을 생산, 국내외에 팔아온 면방업체 C사. 사양업종이란 소리를 들어가며 연간 7억달러어치를 해외에 판매해 온 중견 수출업체다. 지난 10월까지 순탄하게 수출을 해온 이 회사는 최근 금융위기로 회사 운영이 벼랑끝에 섰다. C사의 가장 큰 고민은 원면확보. 재고비용을 줄이려고 3개월분 원면만을 쌓아둔 것이 화근이었다. 11월부터 은행들이 외상기간이 한달 이상인 유전스신용장 매입을 중단하면서 원면 도입이 끊겼다. 이 회사 영업관리팀 관계자는 『국가 부도 운운하는 외국업체들을 가까스로 설득, 수입계약을 했는데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게 돼 거래선이 아예 끊길까봐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환율폭등으로 수입원면 원화가격은 거의 두배로 뛰었다. 한해 두세차례 해온 제품가격 인상도 최근 두달 동안은 1주일에 한번꼴로 해야 했다. 외상으로 거래했던 업체들에 「현찰을 가져오라」고 통보했더니 내수판매 역시 거의 절반으로 줄어버렸다. 환율은 폭등했지만 면사 등 수출은 최악이다.외상기일이 10일 미만인 일람불신용장 매입만 받아주던 은행들이 이번 주 들어 아예 이마저 중단해버린 것. 「배에 물건을 실은 뒤 곧바로 은행에서 대금을 받아쥐곤 했던」 수출업체의 즐거움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국내사정을 잘 아는 바이어들은 한국 면사품의 가격을 후려치기 바쁘다. 「한국제품을 사주는데 가격 좀 깎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는 분위기. 지난주부턴 자금난에 쫓긴 한 동종업체가 결국 바이어의 가격인하 요구를 들어줬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23일엔 외국산 염료수입업체들이 제조공정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염료값을 50∼80%나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란(대난)과도 같다』며 『위기가 다음달에도 풀리지 않으면 수출기반이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박내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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