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폭로 안팎]수백억대 어음 『의문의 黨유입』

  • 입력 1997년 12월 12일 20시 16분


12일 사채업자 강동호(姜東豪)씨가 폭로한 「한나라당의 사채시장 수백억원 차용」 주장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강씨는 『한나라당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어음으로 3백억원 이상을 명동 사채시장에서 조달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삼성 대우 거평 국제화재 등에 어음융통을 부탁했고 이들 기업이 이를 거절하자 사채시장에서 돈을 조달해 갔다는 것이다. 강씨는 그러나 『그같은 「흔적」을 녹취했다』고만 밝혀 뚜렷한 증거를 갖고 있지는 않은 듯한 인상을 풍겼다. 강씨의 두번째 주장은 한나라당이 천안연수원 토지 5만평(공시지가기준 1천억원 상당)을 담보로 하고 2개 업체의 어음을 첨부, 5백억원을 마련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태호(金泰鎬)사무총장과 백남치(白南治)조직위원장이 배서한 어음 사본 등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강씨가 공개한 녹취록에도 백위원장이 어음배서사실을 시인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김사무총장도 강씨의 폭로 직후 자신이 어음에 배서한 사실 등은 대체로 시인했다. 국민회의는 강씨의 폭로를 근거로 『한나라당은 선거보조금(1백36억원)과 후원회 모금액(1백79억원)만으로도 이번 대선의 법정선거비용인 3백10억원을 이미 확보했다』며 『사채시장에서 수백억원을 구하려 했던 것은 금권선거를 하려한 증거』라고 몰아붙였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새 당사를 지을 때의 부채 등 모두 2백30억원에 달하는 빚을 갚고 운영비도 조달하기 위해 연수원을 담보로 돈을 구하려 한 것』이라며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액면가로 5백50억원이나 되는 약속어음이 어떻게 한나라당에 들어갔는지는 해명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약속어음을 발행한 두 업체중 동국실업은 갑을그룹계열의 나일론실 제조업체로 탄탄한 회사지만 강동종합건설은 도급순위가 1백99위(96년)인 인천지역의 군소건설업체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에서는 강동종건 정도 규모의 회사가 3백억원짜리 약속어음을 발행할 수도 없지만 설령 어음을 발행했다 하더라도 사채시장에서 융통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강씨는 스스로 『시인으로서 한국문학학회 이사이자 한국 시낭송문인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씨는 『87년 서울 이태원에 빌딩을 짓는 과정에서 자금문제로 사채시장에 관여하게 됐다』며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채업자 김모씨로부터 이번 사건에 대해 전해듣고 국민회의에 제보한 뒤 양심선언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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