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술대 오른 자동차산업

  • 입력 1997년 12월 8일 20시 04분


대우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는 중복 과잉투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재계 서열 4위인 대우그룹이 6위인 쌍용그룹의 주력기업을 인수합병한 것은 전반적인 산업구조조정과 함께 재계 판도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국내 핵심 업종에 대한 대기업그룹간 자발적 인수합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은 최근의 내수침체 수출부진 수입선다변화제 폐지에 따른 일본차 수입 전면 허용이라는 악재가 겹치지 않았더라도 업계로서는 불가피한 대응전략이다. 설비투자 중복, 생산설비 과잉으로 제살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을 벌여온 자동차업계는 불황기 생존전략의 일환으로서도 구조조정이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경쟁력 측면에서도 한국에는 연간 생산능력 2백만대의 자동차회사 2개 정도가 적정한 수준이라는 분석들이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2000년까지 세계 자동차업계의 증산계획 1천여만대 중 한국이 4백50만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국내 자동차 업계의 공멸을 의미할 수도 있다. 최근 삼성그룹이 자동차사업과 관련, 삼성자동차가 합병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다른 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상황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자동차업계 자율의 인수합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금융기관이 개입하는 보다 강도 높은 2단계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한국경제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은 자동차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과잉 설비투자로 어려움이 큰 조선 반도체 석유화학 특수강 등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들의 자구노력과 함께 이를 촉진할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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