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換市 배경-전망]악성소문 난무 『환율 天井不知』

  • 입력 1997년 11월 17일 20시 34분


“걱정됩니다”
“걱정됩니다”
지난달말에 이어 17일 미국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하루 제한폭까지 오르면서 사실상 거래가 중단되는 파행이 재연돼 서울 외환시장이 붕괴 일보 직전에 몰리고 있다. ▼17일 시장상황〓이날 원―달러환율은 오전장이 9백85.90원에 마감됐으며 오후 1시45분경까지도 대체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외환당국이 갑자기 시장에서 손을 빼면서 9백86원이 무너졌다. 이어 9백90.90원→1천·00원→1천8.00원→1천8.60원 단 4차례의 거래로 하루제한폭까지 올랐고 한국은행은 실수요자에게 제한적으로 달러화를 공급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당국이 개입을 철회한 배경에 대해 「재정경제원과 한은의 대립설」 「재경원 음모설」 「한은 태업설」 등의 악성 소문이 떠돌았다. 미국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이 한마디 설명도 없이 방어선에서 물러난 점과 최근 금융개혁법안을 놓고 재경원과 한은이 극단적인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소문을 급속히 확산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은 국제부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소문은 전혀 근거없는 낭설』이라면서 『개입을 철회한 것은 이날 달러화 수요가 몰려 9백86원선에서 막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기관 외화자금난 실태〓환율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사정. 종금사들이 외화자금난 해소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외화자산유동화는 전제조건인 국제신용평가기관의 평가와 보험회사들의 지급보증이 난관에 부닥쳐 지지부진한 상태다. 상당수 종금사들은 과거 러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채권에 투자했다가 최근 가격이 폭락, 막대한 피해를 보기까지 했다. 더구나 17일에는 채권시장마저 거래가 끊어지는 등 원화자금도 빌리기 쉽지 않아 국내 금융시장에서 빌린 원화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 해외만기도래분을 결제하는 비상조처도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도 전반적인 사정이 종금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국책은행들도 해외자금차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게 금융계의 전언이다. ▼전망과 파장〓앞으로 외환시장의 앞날은 외환당국이 어떤 안정대책을 마련할지, 단기적으로는 개입을 재개할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외환당국의 개입이 없으면 환율은 당분간 치솟을 것이며 천장이 1천2백원이 될지, 1천3백원이 될지 알 수 없다는 게 외환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유럽계 은행의 한 딜러는 『한은이 시장에 물량을 공급할 때까지 손놓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면서 『하지만 외환보유고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나라 전체의 외화자금흐름(캐시플로)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내년초에는 금융기관의 외화부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멕시코사태와 다를 게 없다는 것. 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이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시장 참여자들이 외환당국을 신뢰해야 하는데 최근 정부의 행태는 「늑대와 양치기 소년」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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