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11일 중앙은행법 개정안과 금융감독기구설치에 관한 법률안처리를 보류하기로 하자 법안을 낸 재정경제원은 「금융개혁이 물건너가는 것」이라며 당혹감과 불만을 표출했다. 금융개혁위원회도 『지금 서두른다해도 이미 늦었다』며 금융개혁 무산가능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한국은행과 은행 증권 보험감독원 등은 『중장기과제로 논의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환영 일색이었다.
▼재경원〓윤증현(尹增鉉)금융정책실장은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외국은 한국정부가 금융산업의 구조조정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느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한은법개정안 등을 중장기과제로 다루자는데 대해 『수십년간 추진해온 과제를 다시 중장기로 돌리자는 것은 하지 말자는 얘기』라면서 『허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윤실장은 이어 『내년에는 금융산업구조조정이 최대과제가 될 것이며 구조조정의 전제는 금융감독체계 통합과 예금자보호』라고 강조하면서 금융개혁 입법의 당위성을 거듭 설명했다.
금정실 관계자들은 이날 양당의 성명서 발표를 뒤늦게 전해듣고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뾰족한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신한국당의 「날치기통과」나 김대중(金大中) 김종필(金鍾泌)총재의 결단에 기대를 걸어본다는 분위기였으나 대부분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허탈해 했다.
▼한은 및 각 감독원〓한은 관계자들은 『재경원이 욕심을 버리고 지난 5월 금융개혁위원회의 처음 안대로 따랐으면 이렇게 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증권 보험감독원 관계자들은 『당연하고 마땅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이들은 『지금 시급한 문제는 금융시장의 하부구조를 튼튼히 하는 일이지 상부구조인 감독기구 통폐합은 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융개혁위원회〓이덕훈(李德勳)행정실장은 『외국금융기관들은 한국이 제대로 변화를 추진하는지 주시해 왔는데 국회가 금융개혁에 이렇게 소극적이면 앞으로 뭐가 터질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우리 금융시장은 제도변화를 제대로 못해 막판에 와 있는데 국회가 너무 모른다』면서 『핵심은 놔두고 다른 법안만 일부 손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희상·임규진·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