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에 발묶인 「금융개혁」…국회 법안처리 좌초위기

  • 입력 1997년 11월 11일 19시 36분


지난 1월부터 정부와 금융계가 총력을 쏟아 부은 「13개 금융개혁 법률안」의 입법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반대로 무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82년 이후 네번째인 중앙은행제도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금융개혁위원회 설치를 발표하면서 시작된 이번 금융개혁 논의가 11개월을 끌다가 다시 백지화하면 정부와 정치권의 국제적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그렇지않아도 불안한 금융시장은 예측불허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11일 정책위의장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가 단기 금융개혁과제의 시급한 처리를 구실로 중장기 과제인 중앙은행 독립문제와 감독체계 개편문제를 통과시키려는 비정상적 수순을 밟으려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회의는 『재경원이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의 분리 수정작업을 불가능한 것으로 호도하면서 금융개혁법안의 통과 없이는 금융안정대책이 없는 양 강변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경원은 단기 과제 11개 법안은 중장기 과제 2개 법안과 모두 연계돼 있기 때문에 분리 수정작업은 불가능하며 중장기 2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금융개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12일 오전 재경위 소위원회를 속개하기로 약속했는데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갑자기 성명서를 발표, 어안이 벙벙하다』며 『그렇게 설명했는데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법안 보류를 선택한 것은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 3개 감독기관과 한국은행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라는 게 재경원의 시각이다. 대선을 앞두고 이해집단을 건드릴 수 없다는 정치논리가 작용했다는 것. 금융개혁법안의 연내 통과가 좌절될 경우 금융개혁은 차기정권의 과제로 넘어간다. 다시 논의가 이루어지더라도 이해당사자간의 극심한 분열과 대립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당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눈앞의 금융시장 불안해소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재경원은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된 뒤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겠다고 국내외에 선언해 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개혁법안이 좌절될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금융불안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 국내 금융산업은 부실여신과 후진적 시스템을 그대로 방치한 채 본격적 시장개방의 파고를 맞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전망이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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