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을 크게 가리며 높게 짓고 있는 아파트에 공사중지명령이 내려졌다. 서울고등법원이 서울 구로구 고척동 주민들의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내린 이 결정은 일조권(日照權)이라는 주거환경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한 사법판단으로 눈길을 끈다.
도시가 과밀, 고층화하면서 일조권과 조망권(眺望權) 등을 둘러싼 분쟁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대도시 오래된 주거지역의 경우 재개발아파트가 붐을 이루며 주변 주거지역의 시야는 물론 햇볕을 크게 가릴 만큼 높게 지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주택공급에 중점을 둔 나머지 환경권 보호에 소극적이며 건축법 또한 일조권 조항을 두고는 있으나 미흡하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일조권은 생활이익으로서의 가치를 갖는 법적 보호대상이라고 규정하고 동짓날 일조시간이 4시간미만으로 줄어든다면 정당한 재산권행사라도 중지시킬 수 있다고 판시했다. 조망권 등 공익상 필요가 있다면 비록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행정재량으로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해석한 지난 10월 대법원 판결과 함께 주거환경권 보호문제에 사법부가 적극적인 시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조권이나 조망권 등 환경권은 이제 양보할 수 없는 국민의 권리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나 사법판단에 의한 권리구제는 늘 사후적일 수밖에 없다. 환경권은 법적 다툼이 있기 전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발상전환이 있어야 한다. 재산권을 이유로 한 반대가 있을 수 있으나 도시를 바람직한 모습으로 가꾸어 가는 차원에서도 건물의 높이와 간격은 가지런할 필요가 있다. 환경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건축관련 법규의 손질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