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불안 「돈맥」경화 가중…기업 재무구조개선 『막막』

  • 입력 1997년 10월 17일 20시 11분


불안한 주식시장이 기업들의 재무구조개선을 가로막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30대 그룹은 정부의 재무구조개선 정책에 따라 대규모 유상증자나 기업공개 주식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가폭락 등 증시 불안정으로 오히려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30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필요한 10조원의 추가자금중 상당부분을 주식시장에서 조달할 계획이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주가불안으로 유상증자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해야 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조5천억원의 직접자금 조달을 추진중인 현대그룹의 경우 유상증자 목표액 3천5백억원은 무사히 끝냈지만 앞으로 남은 주식 매각 등이 불투명한 상태. 현대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이 어려워진데다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조달마저 막혀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확보가 불가능해졌다』며 『이 상태대로라면 다시 은행에 손을 벌려 차입금 규모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상증자와 보유주식 처분 등으로 재무구조개선을 추진하던 삼성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 삼성그룹 관계자는 『당초 계획했던 유상증자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은행 등 간접금융을 통한 자금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자금조달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무구조개선 정책을 따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5천6백억원의 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쌍용그룹은 증시 추이를 지켜보며 증자 유보를 검토하고 있다. 쌍용그룹은 특히 다음달 중 쌍용양회 증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증시불안이 계속될 경우 연기하거나 취소할 것을 검토중이다. 이밖에 다음달 만도기계 1백33억원 증자계획을 비롯, 대규모 증자를 추진하는 한라그룹도 정부가 특단의 증시안정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자금조달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30대그룹에 대해 내년 3월까지 △계열사 출자한도를 순자산의 25%까지 낮추고 △계열사 상호지급보증한도를 100% 이내로 줄이도록 하는 한편 2000년7월까지 △동일계열군 여신한도를 은행 자기자본의 45% 이하로 낮추도록 하는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영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