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 원인-파장]『증시,부도에 울고 정치에 울고』

  • 입력 1997년 10월 16일 19시 50분


증시붕괴는 현재 경제상황에 대해 모든 투자자들이 「기대할 게 하나도 없다」는 인식을 공유한데서 비롯됐다. 주가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수세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6월 중순 종합주가지수 800선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등 「반짝 호황」을 누렸다. 최근 상황은 그와 정반대로 종합주가지수가 두달만에 20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등 바닥을 알 수 없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주가 왜 떨어지나〓근본적인 원인은 대기업 연쇄부도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돼 다른 상장회사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는 악순환 때문. 부도사태와 불안한 금융시장 등 두가지 요인에 최근에는 정치권의 비자금 파문이 보태져 증권가에는 『삼재(三災)가 겹쳤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유행할 정도. 환율상승이 지속되면서 환차손을 의식한 외국인들은 순매도공세를 계속하고 있고 투신사 등 기관투자가들도 매도세에 가세해 최근 주식을 사는 주체는 개인투자자들 뿐. 주식매수 에너지를 나타내는 고객예탁금은 14일 현재 2조4천6백억원에 불과한 반면 잠재적인 매도물량인 신용융자잔고는 3조2천3백억원을 넘어서 수급의 불균형도 심각한 상태다.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도 증시붕괴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오래 전부터 증시부양책을 준비해 놓고도 기회를 놓쳐 가장 좋지 않은 때 발표, 약효가 단 하루밖에 가지 않았다. ▼주가폭락 파장〓직접적인 피해자는 투자자들. 증권 전문가들은 주가하락이 계속된다면 92년 증시붕괴 때처럼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들도 증자(增資) 등 직접금융시장 자금조달 길이 막혀 자금난이 심해지고 설비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하락하면 유상증자시 발행가가 낮아져 기업으로 들어오는 자금이 줄어들고 주주들도 청약을 기피, 실권주가 늘어나기 때문.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는 주식의 평가손도 늘어나 수지를 악화시키는 것도 문제다. 이밖에 외국인 자금이 국외로 유출되면 외환시장에 곧바로 악영향을 미쳐 환율불안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더해질 수도 있다. ▼전망〓전문가들은 일단 비관적인 전망. 정부가 「증시공황」을 방관하지만은 않겠지만 현 상태에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근거. 한남투신증권 이계원(李啓元)투자분석부장은 『종합주가지수 550 안팎에서 안정을 이룰 것』이라며 『600선 이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증권 황창중(黃昌重)투자전략팀장도 『현 증시상황은 자금시장 등 경제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연계된 「총체적 난국」』이라며 『일단 종합주가지수 550선까지 하락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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