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석달만에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붕괴되는 추락장세다.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오던 증시(證市)까지 주저앉는다면 실물경제는 활력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연초부터 지속된 금융시장 혼란으로 기업의 은행돈 쓰기가 하늘에서 별따기 만큼 어려운 판에 증시침체로 상장이나 증자를 통한 직접자금조달 기회마저 막히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자금 환율시장 불안에 증시혼란이 겹쳐 금융이 경색되면 이것이 곧 신용공황이다. 이런 위기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책없이 표류하는 경제정책은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더 꼬이게 만드는 형국이다. 금융대책을 내놓으면 그날로 환율이 급등하고 증시대책을 발표하자마자 주가는 곤두박질이다. 정부대책이 하루 반짝효과도 못내고 역효과만 나타나니 답답하다.
최근의 주가폭락은 외국투자자의 주식 대량매도에도 원인이 있다. 조기에 금융불안이 해소되고 경제가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외국자금이 증시에서 대거 빠져나가면 주가하락은 걷잡을 수 없다. 외국인의 국내주식 보유비중은 12%, 거래액은 6%에 육박해 이미 증시의 큰손이기 때문이다. 증시혼란과 외환수급에 막대한 차질을 가져올 외국인투자자의 동요를 막는 일이 급하다.
주가는 외국자금의 유출입에도 영향을 받지만 경제성적표를 그대로 반영한다. 부도공포 기업채산성악화 금융불안 수출부진 등 희망적인 게 없으니 증시가 비틀거리는 것이다. 기아사태 조기 수습을 포함한 금융시장 안정과 경제체질강화 의지를 대내외에 확고하게 심어주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을 일시적인 애로로 보지 말고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는 정부의 발상전환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정부가 부작용만 낳는 미봉책을 잇달아 내놓는 것도 상황인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