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1차 입찰에 아무도 나서지 않아 자동유찰된 가운데 삼성그룹이 한보를 인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혀 주목된다.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7일 『한보는 현대나 포항제철이 인수해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아무도 인수하지 않겠다면 삼성이 인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한보의 사업성만 고려해 인수의사가 없음을 밝혀왔으나 1차 입찰이 유찰됨에 따라 국가경제를 위해 우리라도 나서야 한다는 것이 그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대그룹과 포철 동국제강 등 인수 가능업체들이 코렉스공법의 사업성에 의문을 표시하며 입찰에 불참한 시점에서 이뤄진 것으로 삼성의 「진의」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여지껏 인수의사를 보이지 않던 삼성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업체의 한보 인수를 재촉하고 한보철강의 값을 올리기 위해 삼성이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철강업계에서도 『채권은행단이 삼성을 끌어들여 이달말 시행될 2차 입찰의 입찰가격을 올리려는 전략』이라며 『삼성이 한보를 정말로 인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대그룹이 한보를 헐값에 가져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는 고로(高爐)제철사업과 연계해 한보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한보철강을 놓고 현대와 삼성의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한편 지난 89년 정부가 한국중공업 민영화를 위해 공개입찰을 실시할 당시 현대그룹이 한국중공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자 삼성그룹도 입찰 참여의사를 밝혀 두 그룹의 신경전 속에서 입찰이 유찰된 바 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