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촌 모습은 몇해전과 아주 다르다. 도로 주변에 위치한 러브호텔이나 음식점은 접어두더라도 논밭 한가운데 고층아파트들이 대거 신축되면서 여유로운 전원풍경이 사라지고 콘크리트 빌딩군(群)이 빚어내는 삭막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우리 농촌은 주로 낮은 산과 둥글둥글한 구릉으로 이뤄져 있다. 부드럽고 완만한 농촌의 스카이라인을 깨고 높이 솟아 오른 초고층아파트는 거부감을 줄 수밖에 없다
▼농촌 고층아파트의 폐해는 또 있다. 해마다 상당한 넓이의 농경지가 잠식되고 아파트단지에서 나오는 오폐수로 인해 환경오염문제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주차시비나 교통사고가 늘면서 도시생활의 각박함이 농촌에까지 물들고 있다. 지난 94년 정부가 준농림지에 공동주택 신축을 허용한 뒤 들어서기 시작한 농촌 아파트들은 신축붐이 일면서 이제 외떨어진 지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최근 준농림지에 대한 아파트 건축을 제한한 것은 때늦으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준농림지에 3백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지을 경우 준도시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야 하며 용적률을 200%이하로 제한해 고층아파트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 조치로 농촌지역에서 아파트 짓기가 무척 까다로워졌고 3백가구 미만의 아파트에는 용적률이 100%로 더욱 낮게 적용되기 때문에 신축이 거의 불가능하다
▼농촌 주민들이라고 해서 편리하고 깨끗한 아파트에 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주민들도 점차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다. 하지만 주택업자들이 채산성 위주로 아파트를 건축하다 보니 농촌의 특수한 여건이 무시되는 게 문제다. 여기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지자체들은 군단위로 주거단지의 위치와 개발밀도를 미리 정해놓는 중장기 개발계획을 수립, 슬기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